1. 소고기 양지를 산다. 내 감각으로는 육우나 한우, 호주산 소고기의 현격한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고기가 잠길 정도로... 약 2리터정도(?) 물을 넣는다. 통후추 10알 정도를 함께 빠뜨리고 2시간 정도 끓인다. 이 육수를 뜨끈하게 끓여서 밥하고 말면 곰탕이 되는거고, 양지 대신 우둔살을 넣고 끓이면 그걸로 장조림을 만들 수 있다.
2. 육수에 거품이 좀 뜨니까 한번씩 제거하고, 다 끓인 후에는 체에 걸러서 병에 담는다. 이걸 냉장고에 하루 정도 놔두면 하얀 기름이 뜬다. 둥둥 뜬 기름을 걷어내고 사용하면 훨씬 깔끔한 육수가 된다. 처음 평양냉면에 도전했을때, 놀랍게도 나는 이렇게만 끓여도 냉면집 육수의 짭조름한 맛이 날것으로 기대했다. 맛이 왜 이러지? 이건 그냥 느끼한 고기국물일 뿐, 소금을 쳐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 맛이 나기 시작한다. 미안하지만 평양냉면 육수는 결국 소금물 맛.
3. 실험을 한다고 여기에 동치미 육수도 섞어보고 냉면 다시다도 살짝 사용해봤지만 맛을 해치기만 한다. 고기가 충분히 역할을 하니 육수에는 소금 외에 다른 것을 넣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조선간장을 넣는 레시피도 따라해 봤는데 깔끔한 맛이 확 달아난다.
4. 육수를 내느라 삶았던 고기는 다른 그릇에 담아 냉장고 한켠에 둔다. 냉장실에서 하루 정도 지나면 고기가 좀 마르고 단단해진다. 이걸 얇게 썰어 냉면 위에 올려놓으면 꽤 근사한 식감을 느낄수 있다.
5. 처음에는 고명으로 무김치(가 없으니까 쌈무)만 올려놨는데, 맛이 좀 허전했다. 오이지 무침을 곁들이기 시작하니까, 씹는 재미도 생기고 맛의 중심이 잡혔다. 수퍼에서 파는 오이지에 고추가루 설탕 참기름을 넣고 쓱쓱 버무리면 된다. 파를 얇게 썰어 올리면 느끼한 맛도 완전 포박당한다. 여기에 삶은 달걀은 기본.
6. 수퍼에서 파는 냉면은 아무래도 질기고 저렴한 맛이 난다. 하루 이상 걸려 정성스레 만든 육수에 고무줄 같은 면을 곁들일 순 없다. 인터넷으로 순메밀면을 구매했는데 만족도가 120%. 두툼하면서도 적당히 끊기는 식감이 맛을 고급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