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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8 00:34

삿포로 Da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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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겐키데스까. 러브레터의 고장. 운하로 유명한 오타루에 대해서는 여행 출발전부터 기대가 있었는데, 어젯밤 경로를 탐색하다보니. 어랏. 여기 갔던 곳이네. 내 기억 속에는 그저 전형적인 관광 도시. 작은 깃발을 든 가이드들이 보이고, 30명씩 줄지어 다니며 자국어로 떠들어대는 중국인과 한국인까지. 뭔가 견디기 힘든 그 거리풍경이 떠오르자, 아내에게는 "지루함 속으로 돌진할테니 각오하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뒀다. 

 

과거에는 큰 광산과 큰 항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곳도 번화한 동네였다. 층고가 3층보다도 높은 건물이 운하를 따라 반듯하게 세워져 그 영화를 증명하지만.  지금은 그저 삿포로의 베드타운이 된 고장. 유치한 수준의 오르골이나 유리공예 같은 것을 팔며 호객하는 처량한 신세다. 쇄락한 이곳의 분위기는 러브레터의 주인공이 꼬깃꼬깃 마음을 감추고 숨이있기 좋은 배경이 되어줬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회전초밥으로 점심을 마무리 짓고, 오후에는 지인을 위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요즘에 누가 기념품을 사. 일본에서 구하는 물건은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시대인데 말이다. 내 핀잔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후딱 해치우기로 하고 들른 LOFT. 웬걸. 줄을 서고 면세를 받고 환불하고, 여기서 4시간 정도를 허비했다.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고, 이번엔 내가 고집을 부려 근처 대형마트로 무겁게 행군했다. 해보고 싶은 나베요리를 완성하고 먹고, 결국 골아떨어진 여행 3일차. 








2022.12.17 03:30

삿포로 Da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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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얕보고 옷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게 후회되던 이튿날. 이곳은 단순히 기온이 낮은 것 뿐 아니라, 습도도 높고 바람도 꽤 불기 때문에 냉해를 입기 쉬운 고장이었다. 어제는 눈이 내렸고, 잠열 때문에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해가 지고나서 제대로 한기를 끌어 안았다.   

 

무엇보다 여긴 밥이 문제다. 조금 유명한 맛집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SNS를 타고 흘러오고. 배급 타는 피난민처럼 매 끼니 마다 30분 이상 줄을 선다. 둘이 합쳐 백만원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온 여행인데, 이렇게 노상에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까웠다. 식당 안에 들어와보니, 밥을 다 먹고 나서도 40분 동안 노가리를 까는 어린애들이 보여 너무 미웠다. 그것도 손님의 권리겠지만, 밖에 떨며 줄서는 사람들이 안보이나.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편의점 음식으로 때울수도 없고 곤란해 죽겠다. 

 

오전에는 노보리베츠에 갔다. 지옥 온천이라는 마을은 작아서 둘러보기도 편했고, 실제 온천이 나오는 곳은 유황냄새가 가득해 '제대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노상에 흐르는 물이 80도라는데 수증기가 승무를 추는 듯, 정말 도깨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광이다. 이곳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는데. 덕분에 온천은 한가한 편. 특히 노천온탕, 풍욕이 절정이었다. 바람이 매서워 언덕에 쌓인 눈이 휘몰아치면, 따끈한 온수를 바가지로 퍼서 몸에 뿌리며 이겨내는 맛이 좋았다.    

 

날씨 탓인가. 벌써부터 외롭다.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는 친구는 '그래도 목소리가 좋아보인다'고 하지만, 집에서 배깔고 누워 '다시보기'하고 헬스장 가는 일상이 나는 그립다.   

 

 

 

 

 

 

 

 

 

 

 

 

 

 

 

 

 

 

 

 


2022.12.16 10:09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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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립하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리것 같았다. 눈이 흡음제의 역할을 하는 걸까. 오랜만에 찾아온 삿포로는 더 적막했다. 지난번 삿포로 여행과는 풍광이 달랐다. 깨끗한고 조용한 동네. 게다가 하루 5만원. 이번에 시내 외각의 숙소를 잡았은 것은 좋은 선택같다  


7년전인가. 객기로 혼자왔던 삿포로 여행은 별로였다. 기분을 낼 법도 한데 항상 홈리스 같았다. 숫기없는 나는 혼밥 같은건 어려워해서 늘 편의점 음식을 싸와 숙소에서 먹었다. 


삿포로 중심가 사람들에게는 눈이 내린다 해서 들뜬 표정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질척한 거리와 무거운 외투. 장마철을 견디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했고. 골목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갈 수 없는 외로운 이들. 그땐 나도 마찬가지였다







  


2022.12.1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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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일이다. 물론 먹는다고 그게 다 살로 가는건 아니다. 먹어봤자 대부분 똥으로 나오는 거라 따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중 적은 양은 그대로 내 몸의 일부가 되어 40년씩 내 육신과 정신을 떠다니게 된다. 


유튜브는 말그대로 스트리밍. 강물에 서 있는 것 같다. 수고로움 없이 서 있있기만 해도 시원하고 뜨겁고 감각적인 물줄기가 나를 휘감고 지나간다. 하지만 피부에 흡수되는 것은 얼마 없다. 냇가로 나가서 몸을 털고나면, 물기는 금세 증발된다. 그런 허무한 일의 반복이다.









2022.12.11 18:42

메르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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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6년 7만km를 타던 벤츠를 샀다. 2400만원. 따져보면 아반떼 가격도 안되는 돈이지만, 전세살면서 이런걸 탈 주제가 아닌데라는 자격지심이 먼저 손을 내민다

 

나 역시 이 자동차의 성능을 기대하며 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봐줄까를 먼저 상상했었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인 걸까.

 

꼭 특례 입학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사람처럼 "공부 진짜 잘하셨나봐요" 누가 물어볼까 걱정되고 눈치가 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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