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나무꾼은 도성 10리 밖에서 나무를 해와야 한다고 했다. 나도 어디 멀리가서 재밌는 농담이나 한단 베어서 돌아오고 싶다. 어제부터 냉랭한 우리집 아랫목에 불쏘시개로 쓰자. 타닥타닥 터지는 웃음을 보다가 얼굴이 벌개지면, 부지깽이를 들어 재같은 걱정을 턱턱 털어내고 싶다.
조선시대 나무꾼은 도성 10리 밖에서 나무를 해와야 한다고 했다. 나도 어디 멀리가서 재밌는 농담이나 한단 베어서 돌아오고 싶다. 어제부터 냉랭한 우리집 아랫목에 불쏘시개로 쓰자. 타닥타닥 터지는 웃음을 보다가 얼굴이 벌개지면, 부지깽이를 들어 재같은 걱정을 턱턱 털어내고 싶다.
아바타1편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봤다. 당시에도 iMax관의 표는 구하기 어려워 새벽2시 넘어 관람을 했고, 돌아오는 새벽엔 지하철 첫차를 탔다. 어리둥절한 오감. 우리 둘다 발뒷꿈치가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2009년엔 정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3D영화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고, 심지어 옥보단까지도 3D로 제작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바타를 압도하는 3D영화는 없었다. 3D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자체가 원천 기술이었던거다.
13년 전의 경험이 다시 소환되길 바라며 월드컵 경기장 메가박스 MX관을 갔다. i와 a가 빠져있을 뿐인데, 상영관은 너무 작았다. G14,G15. 너무 큰 화면에 눈이 아플까 고심하며 앞에서 7번째 좌석을 예매했지만 압도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체감적인 크기는 타블렛으로 영화를 보는 느낌.
메시지도 혼란스러웠다. 평화를 사랑하는 나비족과 욕심 가득한 식민주의자 인간의 대결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을 주려한 것 같다. 판도라 행성의 고래, 톨쿤을 사냥하는 인간은 끔찍하게 묘사되지만, (우영우가 봤다면 기절했을거다) 영화 엔딩장면에서 개울의 물고기를 재미삼아 작살로 잡는 제이크 셜리 부자는 생각없이 해맑게 그려지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
인간과 나비족은 어떻게 다른가. 고래와 민물고기는 어떻게 다른가. 그들이 혐오하는 인종차별은 그저 고등생물체에 한정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고등생물이라는 판정, 그 경계선은 어디서 어떻게 그어져야 하는걸까. 복잡한 심경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닭강정과 코다리 볶음을 사면서도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아바타 3편을 이미 촬영했다고 하는데 어쩌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이야기가 허술한 트랜스포머나 마블시리즈처럼 보인다. 아바타 종족은 얼마안가 멸종될 것 같다.
지옥이란 어떤 모습일까. 심판자가 나를 벌하고 싶으면 복잡하게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 바나나 모양의 나무를 허공에 매달면 끝. 그대로 바이킹에 올라 태우면 된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 느낌. 중력이 가슴을 전자기력처럼 통과하고, 쌀 것 같은 불안감과 그것에 계속 저항해야 하는 안달복달. 나에겐 수평으로 영원히 떨어지는 무저갱처럼 느껴진다. 바이킹이 너무 싫어.
오늘 가진 두번의 만남. "우리 한번 봐야지"라는 내 싱거운 말에 일산에서 우리 사무실까지 냅다 달려온 현준이. 근 10년만의 조우였다. 스타벅스 시즌 음료 2잔을 시키고 마주 앉아서 군더더기 없는 근황을 두시간 정도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뭐 잘 살고 있어야지. 결국은 내 속의 쓴물을 뱉어놓고 온 것 같은 뒷맛.
퇴근 하는 길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7년의 밤>을 사서 오던 중. 아내가 (조카이자 직원인)서영이와 무한리필 간장게장 집에서 밥을 먹고 있다고 해서 들렸다. 체중 조절 중이라 무한리필이라는 단어도 간장게장이라는 단어도 맘에 들지 않았는데. 너무 정없는 건 아닐까라는 쓸데없는 마음이 또 발동했다. 그들의 즐거운 식사 시간 사이에 결국 눌러 앉아 꼰대같은 이야기만 두시간 늘어놨다.
올 연말에는 수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혜란이 순옥이 보미 혜경이 현준이. 아마 곧 인실이도 볼 것 같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자기 세계에 빠지기 쉬운 나같은 사람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 일상의 감각을 회복하는게 좋다고 했다. 요즘의 어려움들. 너만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겪고 있는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다. 그런 하찮은 마음들이 건강하게 나를 회복시킨다고 한다
내가 또 보통 성실한가. 부지런히 약속들을 꾸역꾸역 만들어 보는데. 문제는 쌀떨어진 쌀통처럼 자꾸 바닥을 들킨다는 것. 됫박같은 작은 마음이 박박 긁는 소리만 보여준다. 계산을 마치고. 주머니에 영수증을 쑤셔넣고 가는 길엔 괜히 코가 찡긋하고 얼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