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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03:30

삿포로 Da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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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얕보고 옷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게 후회되던 이튿날. 이곳은 단순히 기온이 낮은 것 뿐 아니라, 습도도 높고 바람도 꽤 불기 때문에 냉해를 입기 쉬운 고장이었다. 어제는 눈이 내렸고, 잠열 때문에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해가 지고나서 제대로 한기를 끌어 안았다.   

 

무엇보다 여긴 밥이 문제다. 조금 유명한 맛집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SNS를 타고 흘러오고. 배급 타는 피난민처럼 매 끼니 마다 30분 이상 줄을 선다. 둘이 합쳐 백만원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온 여행인데, 이렇게 노상에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까웠다. 식당 안에 들어와보니, 밥을 다 먹고 나서도 40분 동안 노가리를 까는 어린애들이 보여 너무 미웠다. 그것도 손님의 권리겠지만, 밖에 떨며 줄서는 사람들이 안보이나.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편의점 음식으로 때울수도 없고 곤란해 죽겠다. 

 

오전에는 노보리베츠에 갔다. 지옥 온천이라는 마을은 작아서 둘러보기도 편했고, 실제 온천이 나오는 곳은 유황냄새가 가득해 '제대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노상에 흐르는 물이 80도라는데 수증기가 승무를 추는 듯, 정말 도깨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광이다. 이곳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는데. 덕분에 온천은 한가한 편. 특히 노천온탕, 풍욕이 절정이었다. 바람이 매서워 언덕에 쌓인 눈이 휘몰아치면, 따끈한 온수를 바가지로 퍼서 몸에 뿌리며 이겨내는 맛이 좋았다.    

 

날씨 탓인가. 벌써부터 외롭다.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는 친구는 '그래도 목소리가 좋아보인다'고 하지만, 집에서 배깔고 누워 '다시보기'하고 헬스장 가는 일상이 나는 그립다.   

 

 

 

 

 

 

 

 

 

 

 

 

 

 

 

 

 

 

 

 


2022.12.16 10:09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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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립하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리것 같았다. 눈이 흡음제의 역할을 하는 걸까. 오랜만에 찾아온 삿포로는 더 적막했다. 지난번 삿포로 여행과는 풍광이 달랐다. 깨끗한고 조용한 동네. 게다가 하루 5만원. 이번에 시내 외각의 숙소를 잡았은 것은 좋은 선택같다  


7년전인가. 객기로 혼자왔던 삿포로 여행은 별로였다. 기분을 낼 법도 한데 항상 홈리스 같았다. 숫기없는 나는 혼밥 같은건 어려워해서 늘 편의점 음식을 싸와 숙소에서 먹었다. 


삿포로 중심가 사람들에게는 눈이 내린다 해서 들뜬 표정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질척한 거리와 무거운 외투. 장마철을 견디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했고. 골목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갈 수 없는 외로운 이들. 그땐 나도 마찬가지였다







  


2022.12.1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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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일이다. 물론 먹는다고 그게 다 살로 가는건 아니다. 먹어봤자 대부분 똥으로 나오는 거라 따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중 적은 양은 그대로 내 몸의 일부가 되어 40년씩 내 육신과 정신을 떠다니게 된다. 


유튜브는 말그대로 스트리밍. 강물에 서 있는 것 같다. 수고로움 없이 서 있있기만 해도 시원하고 뜨겁고 감각적인 물줄기가 나를 휘감고 지나간다. 하지만 피부에 흡수되는 것은 얼마 없다. 냇가로 나가서 몸을 털고나면, 물기는 금세 증발된다. 그런 허무한 일의 반복이다.









2022.12.11 18:42

메르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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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6년 7만km를 타던 벤츠를 샀다. 2400만원. 따져보면 아반떼 가격도 안되는 돈이지만, 전세살면서 이런걸 탈 주제가 아닌데라는 자격지심이 먼저 손을 내민다

 

나 역시 이 자동차의 성능을 기대하며 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봐줄까를 먼저 상상했었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인 걸까.

 

꼭 특례 입학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사람처럼 "공부 진짜 잘하셨나봐요" 누가 물어볼까 걱정되고 눈치가 뵌다.    

 

 

 

 

 

 

 

 

 

 

 

 

 

 

 

 


2022.12.0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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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오랜만에 빡세게 운동을 했다. 지난주에는 책에 들어가는 그림을 마감하느라 1주일간 전혀 운동을 못했다. 그리고 그걸 회복하는데 딱 1주일이 걸렸다.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물기를 말리는 사이, 정말 몸이 좋은 20대 친구가 나타났다. "너 같은 몸이면 매일 거울 볼 맛 나겠다" 친구의 부러움 섞인 칭찬에 쑥스러워 도망가는 태도도 좋아보였다. 

 

저게 되는구나. 저런 몸이 가능하구나. 그래. 군소리 말고 나도 열심히 해서 저런 몸을 만들자. 나이는 들었지만 나도 주목받고 싶고 여전히 사랑받고 싶다. SNS의 장황한 아포리즘이나 공들여 그린 그림보다, 젊고 아름답고 윤기 흐르는 사진이 더 강력하고 강렬하다는 나만의 결론. 

 

그냥 나도 묵묵히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날 책을 읽다 책상에서 일어나니 날개뼈 쪽이 이상했다. 빠직. 머리 에 전기가 쭈뼛 올라왔다. 아뿔싸. 담이 들었다. 석달째 무릎이 아프더니만, 이번엔 상체로 옮겨졌다. 어제는 뒤척이는게 아파서 제대로 누울수도 없었다. 희망을 갖지말라고 그때 그때 누군가 길목을 막는 기분이다. 당연히 기가 꺾인다.

 

이건 또 얼마나 가려나. 왜 이렇게 됐을까 멍하니 생각해보면, 모든게 다 수면부족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모르겠다. 나도 남들처럼 10시간씩 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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