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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9 08:39

스포츠 마사지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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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좀 다른 기분으로 살고 싶어서, 종로에 있는 스포츠 마사지 학원을 찾아냈다. 80만원에 8주. 비사다면 비싸겠지만 평생 10번만 써먹을 수 있어도 대충 본전은 뽑는다는 생각으로 등록했다. 

 

수표로 120. 주소를 따라 찾아간 빌딩은 송해길에 있었다. 동으로 세워진 송해 선생님의 흉상이 '어디한번 잘하나 보자' 라는 표정으로 반질반질 나를 쳐다봤다. 이곳은 노인들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퇴폐이발소, 댄스교습소, 성공강의, 음반취입, 곰탕 갈비탕 설렁탕 국물류의 맛집까지 대환장 파티였다. 칠순이 넘은 노인 두분이서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한 것"이라고 안광을 반짝이며 이야기 하는데, 토막만 들었어도 유사과학류의 논리를 조잡하게 풀어내는 게 느껴졌다. 저걸 희망이라고 볼수 있을까. 속고 속이는 이야기겠지. 그 무한한 잠재력을 지금껏 어디다 사용하시고 여기에 계시는지 정중히 묻고 싶었다.

 

학원 역시 예상을 벗어나진 못했다. 열악한 시설에 스포츠 마사지 이외에도 경락, 네일관리, 헤어디자인, 스타일리스트 온갖 잡다한 자격증을 판매하는(?) 분위기였다. "꼭 현금으로 부탁한다"던 원장은 수강료 80만원 이외에도, 복사집에서 제본한 책을 한권 건네며 교재비 5만원, 태타월 값 2만원을 더 받아갔다. 


벽에는 "수강색은 어떠한 경우에도 강사에게 반말을 해서는 안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격증 교부비 10만원>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다 합치면 100만원은 뽑아가겠구만. 나처럼 취미로 배우는 사람이야 씁쓸한 웃음으로 넘기면 그만기겠지만, 어려운 형편에 어떻게든 희망을 건져보려고 찾아온 분들에게는 괴롭고 좌절스러운 환경일 것만 같다. 

 

 

 

 

 

 

 

 

 

 

 


2023.01.07 03:09

준형이 형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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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F49F7F-BC65-43FD-9060-740A2651453D.jpeg38889DC1-EAF9-4E6D-B897-025186C84693.jpeg자랑하고 나니 부끄럽다

자랑도 제대로 하는 법을 알고 싶다







2023.01.07 02:58

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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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람을 만나도 외롭고 사람을 안만나도 외로우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일평생 32평 아파트 만들려고 애쓰다 죽고나면, 두어평 잔디밭 빌려 누워있다 풍화되겠지. 나도 누군가의 집을 만드는 흙이 되겠지. 그토록 원하던 진짜 집이 되겠지.  

 

 

 

 

 

 

 

 

 

 

 

 

 

 


2023.01.06 06:30

출근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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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토요일에 등산 약속이 있었는데 꼴 좋다. 방송에서는 산성비라고 우산을 챙기라고 했다. 실제로 고인 웅덩이의 테두리에는 위액처럼 노란 가루가 퍼져있었다. 요즘 사무실에 도착하면 내 자리는 겨울 정자처럼 멀뚱하다. 가끔 사인을 받으러 오는 서무 외에는 찾는 이가 없어 서리가 입혀졌다. 


어제부터 시작된 편두통은 머리에 곡괭이질을 해댄다. 이렇게 하는 일이 적은 날은 생각이 더 많아진다. 보일러는 외출로 해놨던가. 다리미코드는 제대로 뽑았겠지. 저녁에 버무리려고 대접에 담궈논 말린고사리 한뭉치는. 화난 내 마음처럼 딴딴했는데 이제 좀 풀렸으려나. 그 안부만 궁금하다. 

 

 

 

 

 

 

 

 

 

 

 

 

 

 

 


2023.01.04 08:32

면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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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세다. 내 나이가 되면 능숙해질줄 알았다. 양철통을 몇번 휘젓다가 얼굴에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발사의 거품붓처럼. 일상은 주저함 없는 리듬이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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