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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9 22:13

오늘은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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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넘치는 날인가보다.
퍼부어도 퍼부어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두커니 앉아 있다보면,
쓰러질 것 같으니

사람들은 경쟁을 한다.
덜 외로우니까.
그게 차라리 덜 외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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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점퍼를 구입하는 일이 죄가 되는 나라, 음식을 남기는 일은 뻔뻔스러운 일로, 샴푸로 머리를 감는 것도 눈치가 보이게 되는 나라.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사실 내가 이곳에 다녀온 것은 사막에 모래 한 알을 옮기는 일처럼 의미 없어 보입니다. 서른 둘의 한 남자가 "가난을 멈추게 하겠다"고 외치는 것은 다목적 댐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것처럼 무모하고 의미도 없어 보입니다.

사실, 일주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우리는 그러한 일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크고 작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우리의 존재감을 상기 시키려 했던 것이 전부. 바람이 불 때만 알량하게 돌아가는 그 수다스런 바람개비처럼 우린 그저 떠들다 돌아왔습니다.

그들과 함께 식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면 자리를 비켜주기를 바라고, 가난한 음식들은 권하지 않았으면 했던 부자집 도련님이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른이 이미 훌쩍 넘어버린 내 모습도 보였습니다. 젊고 파릇했던 날처럼, 그들에게 한껏 주목받기를 원했지만, 나는 한낱 주절대는 3류, 불편한 늙은 선배였습니다. 진중하지 못하고 나대는 날들이 많았고, 덮어주어야 할 때도 콕콕 찌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싫은 것은 얼굴에 나타나고, 좋은 것에는 천박함을 감추지 못하는 속물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체 무엇도 담기 힘든, 좁고 불편한 그릇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른이 넘었는데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규정하는 기준은 바깥에 있었습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면의 단단한 자신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하릴없는 박수와 시선에 중심이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눈치만 보고 있었고, 심지어 나만 모르는 비밀이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통제되지 않고 긴장감도 없던 3년간의 직장생활. 모래바람이 부는 광야에 나오자, 좁고 얕은 것에만 집착하는 나의 어리석음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나는 드넓은 평원에서도 사무실의 포스트잇만 생각하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 같았습니다. 어느 새벽에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통곡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새벽마다 하나님은 이 넓은 땅을 보내신 이유를, 크고 위대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하시는 마음을 전하셨습니다. 그 분께서는 여전히 저에 대해 견고한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드러내셨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것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흘러갈 것입니다.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끝없이 좌절하거나 허무하게 인생을 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스스로가 가진 능력의 한계에 대해서는 건강하게 인정하고 싶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모든 불행과 불완전을 해결하고 돌아가지는 않으셨으니까요.

내가 나의 길을 간다고 할 때, 사람들은 길을 비켜줄 것입니다. 나 또한 한동안은 우두커니 앉아만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큰 산이라면, 사람들은 그렇게 조용히 찾아와 내가 만든 마음의 길을 걷다 갈 것입니다.

인생은 조금 더 단순해져야 하며, 목표는 분명해져야 함을 느낍니다.  
덕분에 네팔에 잘 다녀왔습니다.

모두 쿱순돌~! 
  • eunha 2007.04.17 02:23
    내가 분명..여기 회원이긴 한거 같은데 아이디랑 비번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쩝.
    네팔에 다녀왔구나.난 지금 방글라데시에 있어.윤선이랑은 아직 못만났어.난 다카에 있고 윤선이는 가타일에 있어서 거리가 좀되네..겨우 통화만 하는정도야.방글라데시와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니 참 신기하지?난 아마..내년에 한국으로 돌아갈듯해.이번에 온 ivf팀은 벌써 8기더라..우리는 2기였던가...?어떻게 지내고 있니? 다들 소식을 몰라서 너무 궁금하다.
  • 천이형님 2007.04.17 06:45
    엇! 놀라운데요? 정말 작은 씨앗이..이렇게 돌아돌아 열매를 맺는 것 같네요...^^ 좋아보여요. 윤선이는 잘 지내나 모르겠어요. 여러가지 이야기 들었는데..아-

2007.03.03 20:41

네팔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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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에 출국해서 13일 새벽 1시에 한국에 다시 돌아옵니다.

굿네이버스와 g마켓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뽑혔습니다.

우리 ivf 친구들과 많이 기도하면서 준비하던 때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조금 긴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조금 줄이고,

함께 하는 멋쟁이 친구들에게 집중하기 보다

나를 도드라지게 보이려고 노력하기 보다

내가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작은 가슴으로나마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주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는 일들이 의미있고,

나머지의 내 생을 충분히 바칠 수 있을 만큼

그분이 보시기에도 좋고,

나 또한 충만해지는 확신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요,

한뼘만큼 자라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

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이원석 2007.03.04 21:42
    형님이야말로 좋은 이웃이 되실 겁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 유진아사랑해 2007.03.05 14:02
    좋은 여정이길 빈다. 샬롬 친구야.
  • 2007.03.06 09:36
    형~ 벌써 출국하셨네요..^ㅡ^;;
    잘 다녀오시고 많이 보고 느꼈을꺼라 믿어요..

2007.02.27 23:54

나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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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가라 앉는다. 소뼈 우리듯, 3년을 넘게 끓여대니 그동안 자랑으로 삼았던 것들은 기름기가 되어 동동 뜨고, 나는 희멀건한 국물같은 모습만 남은 것 같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죽기전에 하고 싶은 것, 딱 한가지를 고르라 했을 때.이상하다. 영어공부를 맘껏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정말 의외다. 그것이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을까.  

2007.02.23 07:14

시를 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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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것은

적당한 난이도의 수수께끼를

적당한 위치에 놓아두는 일.



등산로 나무에 드문드문 매어진

길안내 리본을 찾는 것처럼

사람들이 즐거웁게

나무 숲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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