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종료와 더불어 이틀간의 격론이 있었습니다.
내일도 총회는 이어질 것 같고요.
두서 없는 넋두리를 하려 합니다.
사실 저희 조합 위원장 이근행 선배는 조합장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저는 처음 볼 때부터 딱 맘씨 좋은 집사님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순박한 사람이 과연 조합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많이 했었고요.
이사람의 순수성은 저희와 반대 편에 있는 임원들까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MBC 노동조합 위원장은 다른 회사의 조합들처럼 계파로 나눠져 싸우거나,
경선을 해서 선출되는 체제가 아닙니다.
대학에서 학번문화를 중요시하는 것과 비슷하게, MBC에는 사번 문화가 있는데요
마치 우리 IVF 공동체가 3학년이 되는 학번 가운데, 임원을 선출하고 대표를 뽑듯이,
선배들이 임기를 맡아줄 사번들과 접촉해 며칠밤을 새며 이야기를 나누며 설득하고
마지막으로 십자가를 지겠다고 허락한 이에게 조합 위원장을 맡깁니다.
특별히 이번 조합장은 고사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MB 정권 하의 MBC 조합 위원장이란
구속과 사법처리라는 독배를 마실수 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조합 위원장이라면 사실 정치력도 있고, 계략도 있어야 하는데
이근행 위원장은 항상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오로지 진실의 힘을 믿으려합니다.
정치적 선동보다 진정성을 보여주며, 조합원들을 이끌려 하는 태도는
징글징글하게 노무현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논쟁과 잡음, 실망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투명하고 정직한 리더, 그것의 비효율을 저희는 지금 절절히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파업중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뭔가 해볼만 한데", "사실상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는데"
일방적인 파업중지는 조합원들에게 쇼크로 다가왔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따위는 처음부터 구성원들의 발목을 잡지 못했습니다.
구성원들은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 끝까지 싸우자"고 오늘밤에도 목놓아 소리질렀습니다.
상황이 거의 정리된 오늘밤에도
아나운서국 예능국, 드라마국을 중심으로 한 젊은 조합원들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아직 해볼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너무 빨리 접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청와대가 세워놓은 김재철이라는, 영혼 없는 아바타에 대한 싸움이 공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황은 바뀔 수 있고, 정국은 생물처럼 변할 수 있을텐데 하는 기대감을 버리기가 힘듭니다.
이근행은 신뢰하지만, 이번 판단만큼은 철회해줬으면 좋겠습니다.
MBC 보직부장과 간부를 포함해 1200명의 직원중에서 1020명의 직원이
김재철사장과 함께 할 수 없다고 기명하며 반대의 의사를 보였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진퇴를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자리에 선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청와대의 목표는 MBC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것이었다는 첩보도
한나라당과 정부쪽 보도기자들을 통해 속속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합은 후안무치 김재철이라는 인물에 대한 더이상의 공격이
무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또한 선거로 이슈가 몰아진 지금의 정국하의 투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한 손배소 등 사법처리는 결국은 조합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만을
낳게 될 거라는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연보흠 선배는 말하더군요. "죽을 각오는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을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6.2 지방선거에 대해 MBC가 서둘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청에 대해서도 고뇌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집행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파업중단이란 말이 나오면서 이미 동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판단을 거스르고 나면,
사분오열은 피할 수 없는 형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루를 삼키며 결국 집행부의 의견을 받아들게 된 것입니다.
YTN 조합이 구본홍 사장을 결국 끌어내리긴 했지만
후반부의 싸움이 집행부의 해고철회, 복직투쟁으로 바뀌어가면서
처음에 이야기 했던 언론장악저지와는 거리가 있는 싸움으로 변질됐고
그 결과는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애매한 보도행태로 귀결되었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은 계속해서 "MBC만큼은 현명한 싸움을 해달라"고
전화와 서신으로 당부의 말을 전해왔다고 합니다.
아.
답답합니다.
단순하고 씩씩한 싸움을 하고 싶었는데,
상황은 더 복잡해 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조합이 파업을 철회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오늘
정권에서는 재빠르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리에 또다른 낙하산을 내려보냈습니다.
단 한차례의 언론 경험도 없는 기업가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입니다.
또다른 파괴의 전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합 집행부는 현장투쟁을 지속하자고 합니다.
저는 지금 수련회를 마치고 "가서 제자 삼으라"라는 복음성가를 부르며
세상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때처럼 착찹하고 두려운 심정입니다.
목사님들은 교회 안에 안전하게 계시지만,
저는 이제 우는 사자와 같은 적들이 즐비한 세상으로 가야합니다.
<환상의짝꿍>편집실에 갇혀서
제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도 총회는 이어질 것 같고요.
두서 없는 넋두리를 하려 합니다.
사실 저희 조합 위원장 이근행 선배는 조합장과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저는 처음 볼 때부터 딱 맘씨 좋은 집사님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순박한 사람이 과연 조합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많이 했었고요.
이사람의 순수성은 저희와 반대 편에 있는 임원들까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MBC 노동조합 위원장은 다른 회사의 조합들처럼 계파로 나눠져 싸우거나,
경선을 해서 선출되는 체제가 아닙니다.
대학에서 학번문화를 중요시하는 것과 비슷하게, MBC에는 사번 문화가 있는데요
마치 우리 IVF 공동체가 3학년이 되는 학번 가운데, 임원을 선출하고 대표를 뽑듯이,
선배들이 임기를 맡아줄 사번들과 접촉해 며칠밤을 새며 이야기를 나누며 설득하고
마지막으로 십자가를 지겠다고 허락한 이에게 조합 위원장을 맡깁니다.
특별히 이번 조합장은 고사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MB 정권 하의 MBC 조합 위원장이란
구속과 사법처리라는 독배를 마실수 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조합 위원장이라면 사실 정치력도 있고, 계략도 있어야 하는데
이근행 위원장은 항상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오로지 진실의 힘을 믿으려합니다.
정치적 선동보다 진정성을 보여주며, 조합원들을 이끌려 하는 태도는
징글징글하게 노무현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논쟁과 잡음, 실망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투명하고 정직한 리더, 그것의 비효율을 저희는 지금 절절히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파업중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뭔가 해볼만 한데", "사실상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는데"
일방적인 파업중지는 조합원들에게 쇼크로 다가왔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따위는 처음부터 구성원들의 발목을 잡지 못했습니다.
구성원들은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 끝까지 싸우자"고 오늘밤에도 목놓아 소리질렀습니다.
상황이 거의 정리된 오늘밤에도
아나운서국 예능국, 드라마국을 중심으로 한 젊은 조합원들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아직 해볼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너무 빨리 접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청와대가 세워놓은 김재철이라는, 영혼 없는 아바타에 대한 싸움이 공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황은 바뀔 수 있고, 정국은 생물처럼 변할 수 있을텐데 하는 기대감을 버리기가 힘듭니다.
이근행은 신뢰하지만, 이번 판단만큼은 철회해줬으면 좋겠습니다.
MBC 보직부장과 간부를 포함해 1200명의 직원중에서 1020명의 직원이
김재철사장과 함께 할 수 없다고 기명하며 반대의 의사를 보였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진퇴를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자리에 선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청와대의 목표는 MBC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것이었다는 첩보도
한나라당과 정부쪽 보도기자들을 통해 속속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합은 후안무치 김재철이라는 인물에 대한 더이상의 공격이
무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또한 선거로 이슈가 몰아진 지금의 정국하의 투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한 손배소 등 사법처리는 결국은 조합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만을
낳게 될 거라는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연보흠 선배는 말하더군요. "죽을 각오는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을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6.2 지방선거에 대해 MBC가 서둘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청에 대해서도 고뇌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집행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파업중단이란 말이 나오면서 이미 동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판단을 거스르고 나면,
사분오열은 피할 수 없는 형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루를 삼키며 결국 집행부의 의견을 받아들게 된 것입니다.
YTN 조합이 구본홍 사장을 결국 끌어내리긴 했지만
후반부의 싸움이 집행부의 해고철회, 복직투쟁으로 바뀌어가면서
처음에 이야기 했던 언론장악저지와는 거리가 있는 싸움으로 변질됐고
그 결과는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애매한 보도행태로 귀결되었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은 계속해서 "MBC만큼은 현명한 싸움을 해달라"고
전화와 서신으로 당부의 말을 전해왔다고 합니다.
아.
답답합니다.
단순하고 씩씩한 싸움을 하고 싶었는데,
상황은 더 복잡해 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조합이 파업을 철회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오늘
정권에서는 재빠르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리에 또다른 낙하산을 내려보냈습니다.
단 한차례의 언론 경험도 없는 기업가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입니다.
또다른 파괴의 전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합 집행부는 현장투쟁을 지속하자고 합니다.
저는 지금 수련회를 마치고 "가서 제자 삼으라"라는 복음성가를 부르며
세상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때처럼 착찹하고 두려운 심정입니다.
목사님들은 교회 안에 안전하게 계시지만,
저는 이제 우는 사자와 같은 적들이 즐비한 세상으로 가야합니다.
<환상의짝꿍>편집실에 갇혀서
제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