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영화의 2/3지점까지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A.I.가 떠올랐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을 당신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익숙한 화두가 밍밍했다.
조금 더 거칠고 산업화 된 버전처럼 보여지긴 했지만,
<디스트릭트9>의 충격파를 기대한 나로서는 여간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8부 능선을 지난 지점에서,
닐 블롬캠프 감독은 도발적인 질문을 수류탄처럼 던지고,
관객들이 수습할 새도 없이 서둘러 장사를 끝냈다.
엔딩크레딧은 떳따방의 셔터처럼 서둘러 내려갔다.
채피는 10년 내의 어느 회의장에서 혹은 시위장에서
토론할만한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인간이 로봇이 된다면?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만, 인간의 기억을 재생한 이 인공지능에 결과물에 대해서
난 인간으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한다.
설령 부모의 기억을 그대로 가져왔다 하더라도,
거기에 휴머니즘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역시 프로그래밍의 결과물이다.
010100010001의 숫자를 더하고 빼기를 거듭한 연산작용일 뿐이다.
고도화 되었다고 해도 전자계산기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깊은 밤, 누구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
아이폰의 시리는 쫑알쫑알 당신의 말에 대꾸를 해줄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폰을 친구라 말하지는 마라.
그 기계는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당신의 음성기호를 복잡하게 연산해 답을 내주는 계산작업을 완료했을 뿐이다.
당신의 목소리는 기계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고차 함수로 이뤄진 계산식의 변수로서 입력되는 것 뿐이다.
오랜기간 돈을 모아서 산 첫차를 의인화 시켜 말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건 그냥 낭만적으로 보거나, 우스개처럼 여기면 된다.
그렇다고 그 차를 폐차시킬때,
비인간적이라고 말하는 꼴값은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인공지능을 인격화하려는
미래의 시도에 전적으로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