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 내내 여거푸어 본의아닌 야근을 하고나서
어제 학사회를 가고 있는데
충혈된 눈과 다크서클이 함께 버티고 있는 얼굴을 보며
"우주에서 내가 제일 피곤한 인생"이라며 혼자 중얼댔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더 진전시켜봤더니-
이라크에서 고문받고 학대 받는 사람들이 떠올려지면서
이런 생각은 너무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럼 대한민국에서 제일 피곤한 인생"정도로 해둘까 했는데
어느 구석에서 힘들게 농사짓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니
그 말도 어이없고
대폭 줄여서
"태평2동에서 제일 피곤한 인생"까지 양보하기로 했지만
밤낮 쪼그려 앉아 휴대폰 들고 앉아 거절당하는 동네 피라밋 청년들과
아침마다 수진리고개를 서성이는 일용직 아저씨들의 처진 어깨가 떠오르니
이것또한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집에서 제일 피곤한가?"
나보다도 열심히 뛰어다니면서도
아침마다 밤마다 챙겨주시고 내 투정 들어주시는 엄마 생각하니
그런 말도 쏙- 들어간다.
갑자기 헛헛한 웃음이 나오면서
"나는 그저 우주에서 제일 가는 엄살쟁이로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