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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3.17 00:00

나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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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이름을 성씨까지 정확하게 저장해두지 않으면 아예 찾지를 못하는 사람에게도


딱 한 사람


이름이 아닌


"슬픈 그대" 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친구가 있다


 


간혹 그 알 수 없는 슬픔에 성질이 나는 날이면


넌 왜 입은 웃는데 눈은 우냐?


그렇게 뼈 있는 우스개 소리를 던졌었다.


 


7년동안 앓아누으셨던 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그 녀석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우리들조차 그 녀석의 아버지가 병환중이시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리고 울며 찾아갔던 빈소에서


하얀 핀을 꽂은 녀석은 단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조금씩 멀어지던 놈은


결국 대학에 들어가자 연락이 뚝 끊겼었다


 


2학년 여름이었던가


뭐하냐..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한 그놈은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내 화를 돋구었다


나와라..니 집 앞이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남자처럼 털털한 모습 그래도 녀석은 여전히 슬프게 웃는다


 


나 가봐야해


어디?


성대에서 집회있다


집회?


나 운동권이야 임마


....


재밌어


....


....


그렇게 살면 행복하냐


그 질문에 그 친구가 웃는다


빙긋이


 


"아니


안 행복해


나 간다."


 


빗속을 뛰어가는 놈의 바랜 청바지


꾸민 티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히려 초췌하고 야윈 얼굴


 


무얼까


너의 슬픈 눈이 아직 나를 울리는 이유는..


너를 참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친구 인데..


나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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