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이름을 성씨까지 정확하게 저장해두지 않으면 아예 찾지를 못하는 사람에게도
딱 한 사람
이름이 아닌
"슬픈 그대" 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친구가 있다
간혹 그 알 수 없는 슬픔에 성질이 나는 날이면
넌 왜 입은 웃는데 눈은 우냐?
그렇게 뼈 있는 우스개 소리를 던졌었다.
7년동안 앓아누으셨던 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그 녀석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우리들조차 그 녀석의 아버지가 병환중이시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리고 울며 찾아갔던 빈소에서
하얀 핀을 꽂은 녀석은 단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조금씩 멀어지던 놈은
결국 대학에 들어가자 연락이 뚝 끊겼었다
2학년 여름이었던가
뭐하냐..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한 그놈은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내 화를 돋구었다
나와라..니 집 앞이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남자처럼 털털한 모습 그래도 녀석은 여전히 슬프게 웃는다
나 가봐야해
어디?
성대에서 집회있다
집회?
나 운동권이야 임마
....
재밌어
....
....
그렇게 살면 행복하냐
그 질문에 그 친구가 웃는다
빙긋이
"아니
안 행복해
나 간다."
빗속을 뛰어가는 놈의 바랜 청바지
꾸민 티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히려 초췌하고 야윈 얼굴
무얼까
너의 슬픈 눈이 아직 나를 울리는 이유는..
너를 참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친구 인데..
나쁜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