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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 종마가 병이 난다. 밤새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종마에게 소년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원한 물을 먹이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년의 눈물겨운 간호도 보람 없이 종마는 더 심하게 앓았고,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다리를 절게 되어버린다. 놀란 할아버지는 소년을 나무랐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고 그 말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한다.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


 


                                                                                                     -공지영 "봉순이 언니" 中에서


 


  쑥쑥 편하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이다.


  혹시 하루나 이틀만에 책 한 권을 읽어서 읽은 책 목록에 추가하고 싶다면, 게다가 독서력이 영 부족한 듯 하여 책읽기에 박차를 가하고픈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아릿했고


  책을 덮은 후에도, 난 가끔 떠올릴 것 같다. 적어도 한동안은.


  또 다시 한 번, 잊혀져 가는 것들에 미어져야 했고


  그렇게 쉽게 잊는 나의 기억력을 원망해야 했다.


 


 


  사랑하는 것이 그렇다면


  살아가는 것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일까.


 


  하나의 의미를 깨닫기 전에, 또 하나의 문제가 닥치고


  삶은 복합적이고, 그렇게 어우러져 모를 일처럼 되어버린 것일 텐데.


  그냥 열심히 살면서, 그러려고 노력하면서


  일상에 치이며 시간에 흘러가면서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비겁하게 웃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전 같으면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처참한 삶 앞에서 경각했을텐데. 봉순이 언니라는 사람의 삶 앞에서, 잘은 모르지만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했을텐데.


  마냥 가슴이 저리고, 의지라고는 없는 듯 하다.


 


  좋은 밥 먹고 배에 기름차니까


  이런 소리도 할 수 있는거라는 냉소적인 생각도 스친다.


 


  일어나봐야겠다. 일어나려고 노력이라도 써봐야겠다. 에이, 니가 언제 쓰러진 적이나 있어? 괜히 비장한 척 하지 말어 하는 소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치받아 올라오는 듯 하다. 그런거 같지? 어디서 주워들은건 많아가지고 괜히 일어나네 마네 그런거 같지?  그래도.. 변변히 쓰러져본 적도 없는 듯 하지만.. 이렇게 사는게 일어서 있는 삶은 아닌거 같아서. 엉거주춤한 자세, 이를테면 기마자세 같은 걸로 지금까지 살아왔나. 그렇게 있기가 더 힘들었을 텐데 용하기도 하지. 엉거주춤, 엉거주춤. 엉거주춤한 삶으로 그렇게 살아왔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 너무도 많아


하지만 성큼성큼 앞서 가는 세상을 따라


우리도 바쁜 걸음으로 살아가고 있잖아.


 


-동물원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 부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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