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근후 유튜브를 켜고 휴대폰 게임을 하는 게 디폴트가 되어버렸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애들이 게임 하는걸 막고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단 둘이 사는 우리들은 그 여백의 시간을 현명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애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중이다.
50페이지짜리 단편 소설을 그야말로 억지로 억지로 읽었다. 이 짧은 단편을 읽는데도 한번에 밀어부치지 못한채 몇번이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는지. 그나마 독서를 하게 한 작은 동력은 다 읽고 나면 휴대폰에 뭔가 올릴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김애란의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 그중 두편을 읽었는데, 모두 계급에 관한 이야기로 보였다. 오늘 읽은 '숲속 작은 집'은 작은 중소기업에서 억울하게(?) 정리 해고를 당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연봉 인상 시기가 오자 비열한 방식으로 자리이동을 시키고, 사직을 종용하는 사장. 주인공은 작은 반항을 하지만, 결국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할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녀는 복잡한 머리를 털어버리기 위해 남편과 함께 해외의 한적한 집에서 신혼여행 겸 한달살이를 한다.
거기서 만나는 작은 인간관계. 방을 치워주는 메이드에게 주인공은 신경이 쓰인다. 요금을 내고 게다가 팁을 주었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나에게 공손하지 못할까. 어릴 때부터 남의 눈치를 보는 서민계급으로 자란 주인공은 메이드의 심정을 여러가지로 이해하고 추측한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무례하고 일방적인 시각으로 피고용인(?)을 대해 왔는지, 이 소설은 아프고 부끄럽게 노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