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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8:26

혼란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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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지 못하는 리더보다
고집스러운 리더가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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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스를 참 잘 하네."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그녀가 말했다.
무슨 뜻일까? 칭찬일까? 내가 '선수'란 뜻일까?
여지껏 얼마나 많이 해봤기에 금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걸까?
난 당황한 걸 감추려 우선 웃었다.
"고마워. 보통이지 뭘."


[2] 실수를 가장해 피카소의 그림 쪽으로 넘어지며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내가 불멸에 다다를 유일한 방법이야."
누구도 손 쓸 새 없이 그림엔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녀는 3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뒤 미술관에서 풀려났다.
간절히 영원을 꿈꾸며.


[3] 운전할 때마다 김씨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자신과 충돌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1차선을 타면 숨이 가빠왔다.
어느 미친 놈, 또는 주정뱅이가 웃는 얼굴로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달려들까봐.
바로 지금처럼.


[4] "여보세요?
난데, 회사 끝나고 와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14층 버튼이 없어졌어.
15층에 내려서 뛰어 내려가니 13층이고,
다시 올라가니 15층이잖아.
당신은 집에 있다고?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5] '왜?' 땅에 쓰러져 겨우 눈을 뜬 그는 생각했다.
'왜?' 10대 초반의 소년들이 돌멩이를 하나씩 들고 흔드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왜?' 목으로 쇠맛나는 더운 액체가 넘어갈 때 제일 큰 녀석이 다가왔다.
'왜?'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6] 쇼핑몰에 들어서자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점원들은 일제히 그녀를 향해 필사적으로 미소지었다.
돌아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기에, 짐짓 웃음을 띄운 채 걷기 시작했다.
무엇을 사러 왔었더라.
그녀는 맹수우리에 던져진 사슴 같이 두리번거렸다.


[8] 빽빽한 숲 한가운데서 엄마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
"이제 너 혼자 가는 거야."
사라지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선 채로 바지에 오줌을 쌌다.
어둠이 다가들자 아이는 바닥에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주저앉았다.
영영 아침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9] "그 무당이 뭐?"
"지미 헨드릭스를 모신다니까."
"응?" "진짜, 록 음악이라곤 전혀 모르던 시골아낙이
갑자기 헨드릭스를 몸주로 모시더니 굿을 록으로 해."
"허, 그래 뭐라던?"
"무대에서 언제 앰프를 불살라야 운이 트이는지 알려주더라."


[10] "그 순간 맘을 접었지."
아버지가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뒤적이며 말했다.
"미친개가 우릴 좇아오던 날, 조금 앞서 달려가던 형이 고갤 돌려 날 보더니
눈에 광채를 띠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 걸 본 순간.
절연의 순간은 뜻밖에 쉽게 찾아온단다."







2017.03.18 21:40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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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말이지.

스물네살에 하고있던 전자공학을
외롭게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던 그 순간부터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공학은 안돼.
사람들이 죄를 짓는 것을 더 빠르게 만들 뿐이야.'

무언가 변화시키고 싶고
설득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어했지.

하지만,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나서도
반도체 홍보팀에 들어가 기자들에게 굽신대는 생활을 할수밖에 없었고
천운으로 들어간 방송국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키득대며 보고서를 쓰는게 전부였었지.



졸업후 지하철역에서 만난 후배가 말했어.
"그 땐 형하고 이야기하면 죄를 꿰뚫고 있는거 같아 무서웠어요."

시퍼렇던
스물몇살의 그 지성
스물몇살의 그 통찰력
스물몇살의 그 양심을 계속 갈고 닦았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어쩔수 없잖아. 어쩔수 없잖아.
남의 핑계를 대며 10년을 살았지.
느슨하고 비열해진 눈빛.
실은 자만하고 즐겁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던거지.


언젠가 오게 될거라고 생각했던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었을때, 지금 나는 당황하고 있다.

수십년간을 원하던 일이었는데,
맨살에 단독군장을 메고 전장에 뛰어드는 사람 같다. 

모두에게 부끄러운
나의 부족함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인 밤.







5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
6 밤중에 소리가 나되 보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하매
7 이에 그 처녀들이 다 일어나 등을 준비할새
8 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 달라 하거늘
9 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여 이르되 우리와 너희가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
10 그들이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오므로 준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

*마태복음 25장






2017.03.13 19:22

불행의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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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상황이 내 뜻대로 풀리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내 마음대로 되다니.

바라던 대로 풀리는 상황.
그저 기쁠 법도 한데
알수 없는 죄책감으로 축축해지는 마음의 결을 읽었다.

모두가 불행한 시대에
혼자 거기서 제외 되었다는 것만으로
눈치를 보게 된다.  

함께 모여서 밥을 먹으면
불행의 콘테스트를 하는 사무실 직원들.
말할 거리가 없을 때, 위축이 된다.
이 평범한 하루가 미안하다.

오늘 오후
다시 불운이, 불행이, 불합리가 들이닥쳤다.
그리고 이상한 안정감이 찾아왔다.

그럼 그렇지. 그럼 그렇지.






























2017.03.06 12:14

그리고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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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 / H2

“뭘 풀이 죽어 있어.
인생도 연애도 이제 막 플레이볼한 것 뿐이잖아.
시합은 몇 번이고 뒤집어진다.

그리고 설령 졌다 해도 시합은 하나만이 아니야.
이제부터 수많은 시합을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 돼.
연애만이 아니야.
일, 병, 인간관계. 싸워야할 상대도 여러 가지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연전연승으로 죽을 때까지
웃기만 하는 그런 인생을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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