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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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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내 번호다. 중3때부터 고2때까지 한 해에 10cm 씩 키가 컸다. 고등학교 때는 81번. 내 뒤에는 82번 '홍성필' 한명 뿐이었다.

 

내가 다닌 성일고등학교는 반이 12개, 한반 정원은 80명을 넘었다. '나 때는 한 반에 80명도 넘었어'라고 이야기 하면 다들 식민지 시절의 노예선을 보는 것처럼 불쌍히 여긴다. 우린 교실 뒷편에서 깨끔발로 뛰어 노는 일도 없었다. 거기까지 책걸상과 사물함이 꽉 들어차 있었으니까. 

 

나도 그 공간에 있는 게 답답했다. 그리고 3등에서 30등. 아무리 '우반'이라고 해도 반석차가 중간 가까이 뚝 떨어진 것.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학급의 흔한 아이가 되는 것이 더 답답했다. '나는 고등학교 못다니겠다'고 말하자 엄마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학교에 찾아왔다. 별수가 없는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엄마 걱정 시키지 말아야지. 나는 그곳에서 버텼고, 몇달쯤 지나자 소소한 재미도 찾아냈다. 결국은 수능 전국 석차 0.4% 학교에서 1등으로 졸업을 했다.  

 

"개나 소나 다 가는 대학은 왜 갈라고 하는데?" 어른들을 바보 취급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아! 이거는 정말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몰라요"라는 1박2일의 식상한 맛표현 처럼이나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세상은 피곤하고 우리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부모들이 우리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세세하고 영롱하게, 너의 그 복잡한 세계를 들여다 봐주지 않는다. 면접 때면 안광을 반짝이며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도, 00대학 졸업. 이 한줄을 넘어서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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