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가서도 이 도시인은 병들어 있다. 주변 풍광을 한 번 둘러볼 새도 없이 GPS로 인증을 하고,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을 보며 서둘러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는 조급함.
화성에라도 도착한 우주비행사처럼 정상석에서 위대한 포즈를 취한뒤. 그저 내 마음 속 구경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나는 더 고독해질 필요가 있다.
산에 올라가서도 이 도시인은 병들어 있다. 주변 풍광을 한 번 둘러볼 새도 없이 GPS로 인증을 하고,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을 보며 서둘러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는 조급함.
화성에라도 도착한 우주비행사처럼 정상석에서 위대한 포즈를 취한뒤. 그저 내 마음 속 구경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나는 더 고독해질 필요가 있다.
두개의 물건을 당근에 팔아치웠다. 오랜기간 거실을 차지했던 실내 자전거와 길이가 너무 길어서 불편해 보였던 등산 스틱.
틍산스틱은 몸이 불편한 아저씨에게 팔았다. 외로우셨는지 거래를 하는 짧은 시간에도 많은 말씀을 나누셨다. 기존에 쓰던 스틱을 리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케이스가 있어야하는데 없는게 서운하다, 마봉춘이 요즘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줄줄이 계속 말씀을 이어가셨다.
"제가 지체 장애가 있어서 알라단 서점 쪽으로 와주실수 있냐"는 채팅을 보고는 원래는 가격을 좀 깎아드려야 겠다고 마음 먹고 나갔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사실 말씀이 너무 길어질까봐 제안을 하지 못했다. 나는 더 짧은 스틱을 편하게 쓰고 싶었다. 그 스틱은 접어도 60cm라 너무 길어서 내다파는 거였다. 불편한 물건이 좀 더 가난한 이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씁쓸해졌다.
한시간 뒤에는 거실을 차지하던 무거운 실내자전거도 팔아치웠다. 매달 2만원씩 나가는 '쯔위프드'가 부담스러워 구독종료한 뒤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TV를 보면서도 시간을 알차게 써보겠어'라는 마음이 '운동은 체육관에 가서 하면 되는걸'로 알량하게 바뀌던 과정이 우스웠다. 남자 셋이서 낑낑대며 승용차에 실어 보냈는데, 돌아와 보니 점점 넓어지는 내 이마처럼 거실이 훤해졌다. 그래도 아마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마사지 베드'를 사는 전제조건으로 처분하게 된 거니까.
내가 대화할때 좀 발작하는 타입이 있다. 전혀 체화되지 않은 '경구'로 나를 설득하려는 후배다. 얇아진 허벅지와 야린 통증을 내는 무릎에 대해 걱정을 털어놓으면 "걱정마세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잖아요!"라고 까딱대면서 이야기하는 것.
정말 못 참겠다. 지도 저게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까부는 애들한테는. 니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는 그 나이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하다.
그 밖에 듣기 싫은 말로는 "사랑엔 국경도 없다 잖아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잖아요~" 남일이니까 쉽게 뱉는 말들. 눈물을 쏙 뽑아내주고 싶다.
욕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한구절 한구절 말이 신나고 유쾌할 때가 있다. 모임을 마치고 헤어질 때까지 웃어서 턱이 얼얼하고 두통이 생기는모임.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미소가 가시지 않는 모임. 그렇게 웃어본게 언제일까. 너무 오래됐고 그립다.
친구들 중 윤석렬 혹은 안철수를 뽑았다는 사실이 조용히 발각될 때가 있다. 멍청하고 악한 윤석렬 보다도, 이 엄청난 권력을 무책임하게 그 또라이에게 부여한 그 녀석들이 더 밉다. 대단한 실망감에 예전처럼 대하기가 참 힘들고, 그래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중이다. 장난스런 투표, 잘못된 투표에 대한 책임을 왜 나눠져야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