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하니 아침에는 잠바를 챙깁시다. 추워요
일교차가 심하니 아침에는 잠바를 챙깁시다. 추워요
심심하다는 천이의 전화를 받고,
스캔받을 취업서류를 부탁도 할 겸...
천이 집에 간 시각은 오후 5시
천이가 서류를 정성껏(?) 스캔해주고,
증명사진을 포토샾으로 이것저것 나름대로 고쳐주고,
신경 써 줄 때... 나는 약간 감동했었다.
이 친구가 정말 나의 취업을 걱정해 주는구나...
난 고마움의 표시로 통닭을 시켜서 같이 먹었고,
탁구도 같이 쳐주었다...
출출하다는 말에 오뎅과 핫바도 사주고,
기분좋게 PC방 게임비도 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와서 자기소개서만 작성해서
회사에 취업원서만 내면 되겠지...했다...
여기까지 오늘 하루 좋았다....
그러나, 천이가 스캔해 준 모든 화일은 손상돼 있었고,
아예 화면에 뜨지도 않았다...허무했다.
덕분에 취업원서는 내일로 미루어야 겠다...
참.... 항상 웃으면서 난 천이한테 말한다.
이제 그만 좀 뜯어 먹어라...
나니까...매일 당하고 산다.
하하하.... 천아 약속 지켰다.
항상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니 모습을 존경하지만...
'지식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난 그냥 이대로가 좋은데...아직까지...
안개 / 기형도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죽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니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나는 특별한 존재였다고 생각했다.
대학 일년생
스물한살
그러니까, 현준이 네가 고등학교 1학년에 갓 들어왔을 때 쯤이었겠지-
애기능 전자공학과
그 미로같은 회로도 속에서 파묻혀 있었어도,
그 詩 <안개>를 알았고
기형도를 알았고,
허리우드 극장의 새벽녘에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거든.
그런 내가 조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스물 일곱-
<안개>를 안다는 것이,
기형도를 안다는 것이
더군다나 그가 어떻게 죽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전혀 특별하지도
혹은, 쓸모있지도 않은 나이가 되어가는구나.
이런식으로 변하는 나와 시간에 대해
여전히 특별하게 보아주는 사람이라면
고마울테지.
머.
작품사진 구경하다가 졸려워서 가요.
아직 다보지 못했는데 무지 기대되는걸요...
넘 잼있어요^^
복사해가면 안되는건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