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존재였다고 생각했다.
대학 일년생
스물한살
그러니까, 현준이 네가 고등학교 1학년에 갓 들어왔을 때 쯤이었겠지-
애기능 전자공학과
그 미로같은 회로도 속에서 파묻혀 있었어도,
그 詩 <안개>를 알았고
기형도를 알았고,
허리우드 극장의 새벽녘에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거든.
그런 내가 조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스물 일곱-
<안개>를 안다는 것이,
기형도를 안다는 것이
더군다나 그가 어떻게 죽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전혀 특별하지도
혹은, 쓸모있지도 않은 나이가 되어가는구나.
이런식으로 변하는 나와 시간에 대해
여전히 특별하게 보아주는 사람이라면
고마울테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