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2023.11.09 02:45

개미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 앞의 공원에 앉아있는데, 발밑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개미가 보인다. 개미 참 오랜만이다. 누구 보다 땅에서 열심히 사는 저 개미는 이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나 할까 하며 코웃음이 났다.

 

개미의 지루한 행렬을 보다가 기지개를 켜니 오늘은 하늘이 참 넓어 보인다. 그러면 나는 무엇일까. 그리스 로마, 이집트. 아프리카의 역사부터 우주의 머나먼 신비까지. 이 아득한 지식의 일부분만 경험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손에 땀이 난다.

 

 

 

 

 

 

 

 

 

 

 

 

  


2023.11.06 00:43

절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실의 등이 소리도 없이 일제히 나간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한번에 나가는 등처럼 시아에 어둑함이 내려 앉는 것.

 

예고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사무실에도 이빠진 형광등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며 눈꺼풀을 몇번 깜빡이던 사람들. 가장 자리에 검은 그을음을 남기고 내 인생의 관계들은 꺼져갔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이 찾아 온다.  그들도 한계단씩 사다리를 세우고 올라왔다고 하니 억울할 것은 없다. 아구가 맞을까. 조심스럽게 비명소리를 내며 돌려끼워지고 나면,  천장에서 내 정수리를 내려다본다. 30촉 다마의 어둑한 기운 아래 두런두런 미련한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에겐 눈이 시어지는 불빛이다.

 

 

 

 

 

 

 

 

 

 

 

 

 

 

 

 


2023.10.12 06:44

모기 문명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에 잡은 모기가 40마리는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찬장에서 발견한 홈키파를 집에 어두운 구석에 좀 뿌려봤는데, 아마도 그들의 본거지를 건드렸겠지. 

 

모기는 어떻게 대화를 할까.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위잉~ 그 끔직한 주파수의 날개짓 소리가 전부인데. 새 시즌을 맞는 축구팀처럼 해마다 숨는 위치가 다르고 해마다 공격하는 부위가 다르다. 머리를 맞댄채 의논을 하지 않는다면 매년 이런 진보가 가능한 일이려나. 

 

생각이 이정도까지 차오르면 모기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더 복잡해진다. 시즌마다 작전 타임을 갖는 고등생물을 이렇게 모른척 함부로 내리쳐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고 그들보다 더 고등생물인 우리가 순순히 살점을 뜯기고 피를 빨리는 먹이감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거실에 인센스를 켜두었다. 꼬불꼬불 또아리를 튼 모기향 한줄에 불을 붙이자 매캐하다. 생각은 멈추고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졌다. 

 

 

 

 

 

 

 

 

 

 

 

 


2023.10.12 06:31

전등 보수 공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두꺼비집을 내리고 거실 전등을 갈았다. 뜯고나서 보니 늘 말썽을 부리던 왼쪽 전등은 전선 연결이 잘못되어 있었다. 게다가 분해를 하며 손을 대는 곳마다 플라스틱이 뚝뚝 뜯겨져 나가는 중. 20년 넘은 아파트의 거실 등은 진작에 수명을 다한지 오래였다. 나사 몇개를 풀고 나니 교수형을 당한 시체처럼 매달려만 있었다. 

 

30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교체하는데 웬걸, 두시간이 걸렸다. 원래는 전에 쓰던 거실등을 말끔하게 다 떼어내고 천장에 새로 표시를 하며 재보수 하는것이 에프엠. 나는 기존에 설치된 브라켓을 어떻게든 다시 이용하려고 얍삽하게 머리를 굴려봤는데 오히려 시간을 더 많이 잡아먹었다. 

 

설치를 마친 후 기존 전등을 버러나갔다. 우리 아파트 주민이 이걸 어떻게 교체했냐고 대견해 하셔서, 뿌듯한 마음으로 노하우를 전해드리고 간단한 브리핑도 해드렸다. 

 

집주인은 무조건 싼 것을 원했기 때문에, 홈플러스에서 각각 따로 구매한 저렴이 전등들. 소파에서 비스듬히 보면 LED 색이 미묘하게 다르고, 오와 열도 살짝 삐뚤긴하다. 어쩌겠는가. 이게 수제가구(?)의 묘미 아니겠는가. 

 

아내가 많이 아팠고 거실 전등마저 어두워 집이 늘 우울했건만, 지금은 눈이 부실만큼 실내가 밝아졌다. 고치는 즐거움. 이제 하나씩 다시 정리하고 재건하는 일만 남았다.  

 

 

 

 

 

 

 


2023.10.01 17:06

몰살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감옥에서 동료들을 몰살시켜 버린, 그 여자. 사이코패스고 왕따를 당했다지만 다음 달 출소하면 두 번 다시 볼일 없을 텐데 왜 못 참고 사고를 친 걸까. 그 여자 사고방식은이런거 지. 이제 나가면 영영한번에 쉽게 죽일 기회는 없을꺼니까. 출소일 다가 을수록 외려 조 바심이 난거야. 

 

-140자 소설 중에서

 

죽고나면 두번 다시 볼일이 없을텐데. 왜 이렇게 아둥바둥 못살게 굴고 싶은거지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 459 Next
/ 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