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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5 23:51

1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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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차 

어제 비빔밥으로 대동단결한 뒤 한국팀이 엄청 커졌다. 오늘도 한 알베르게에서 10명 이싱 집결하는 것같았다. 항상 함께 모여서 열띄게 고국의 이야기를 하는게 내가 생각한 순례길의 취지와는 좀 다른 것 같아서 일탈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만 더 간다는게 적당한 마을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 34km. 오늘도 발바닥에 불이 나버렸다.

 

 

이제는 여러 형태의 알베르게 대출 적응했다 싶었는데 오늘도 긴장이 된다. 순례자로 보기 힘든 보라색 머리 서양 아줌마와 노란머리에 수염을 기르고는 킬킬대는 동양인이 거실에 있는데, 이건 보통 살인영화의 미장센 아니던가

 

 

외로운건 왜 힘든 것이고. 혼자 사는 것은 왜 괴로운 것인지 알기위해 나를 내던졌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무사히 오늘밤이나 잘 넘겼으면…

 

 

 

 

 


2024.06.04 23:52

1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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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차

오늘은 내 생일. 서울에서 축하연락이 분주하게 전해져와 까미노에 집중하지 못했던 하루였다. 어제 연박을 하는 바람에 오늘은 40km나 걸었는데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도달하는 것이 전부였다. 생일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한껏 들떠서 나풀나풀 보내던 하루여서 좀 창피하다.

 

오늘은 한인 알베르게 오리온에 묵게 되었는데 저녁밥이 비빔밥이라는 이야기에 여기저기 한인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여기가 이렇게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그룹 그룹들이 서로 쉽게 말을 걸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것이 인상깊다. 이상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테지. 여기가 이렇게 또 복잡하다. 

 

먼저 만난 일본인친구는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정상회담 같은 것을 펼쳤다고 하는데, 부럽기만하다. 나는 조금 갇혀있는 여행을 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2024.06.04 09:33

1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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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차


발상태가 너무 메롱이라서 오늘은 하루 쉬며 브루고스에 머물렀다. 쉰다고 쉬긴 했는데. 새벽이 떠나는 순례자. 낮에 텅빈 알베르게. 점심쯤부터 벌써 도착하는 지친 순례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같이 분주해지던 하루, 열하루만의 휴식이었는데도 편하지 만은 았았다. 내일은 잘 걸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합이 잔뜩 들어가게 된다.


산티아고 길을 걷다보면 물자도 부족하고 인맥도 부족하고 인프라도 부족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사랑이 단순해지기 마련이다.

원시인처럼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은 일에 치사해지고 작은것에 영치가 없어지고 작은 이익에 본성을 드러내곤 한다.


쉬면서 넷플릭스 에이트쇼를 몇편 봤다. 자원이 없고 단순한 하루의 모습.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여기 순례길의 풍경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생각되어 끔찍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나는 권위도 명함도 스펙도 없다. 길 위의 사림들은 한 인간으로서 모두 동일하다. 보잘것없는 상황과 관계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법을 아는것.  내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것. 내 진짜 모습을 보듬어 주는 것. 순례길에서 날마다 마주하게 되는 숙제다. 






2024.06.02 01:24

1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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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

초반에는 회사 걱정도 되고 부모님 생각도 나고 음식이나 자기계발과 같은 잔잔하고 복잡 다단한 것들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생각이 자주 단순해진다. 발바닥이 아프다. 빌목이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생각이 한 곳으로 모인다. 그 소실점 끝에 당신이 오셨으면 좋겠다. 






2024.06.01 00:08

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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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현재 Belorado. 어느새  233.31km를 걸었다. 이제는 초창기처럼 순례자끼리  만난다고 해서 상쾌하게 "hola'를 외치기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며 걷는 인원이 많다. 

 

서로에 대한 통성명도 끝났고 매일 민나는 드넓을 평원도 더 이상 강탄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저릿한 다리의 통증과 뻐근하니 누르고 있는 배낭의 무게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제는 숙소에서 순례자끼리 싸우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다들 첫번째 한계에 봉착한 분위기다. 버스를 타고 점프를 할지 동키 서비스를 통해서 짐을 먼저 보낼지. 여기 저기서 쉬운 순례의 방법을 찾느라 궁리중이다.

 

나 역시 피곤하다. 내가 기억하는 산티아고는 흙으로 만들어진 시골길이었는데. 전에 비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너무 많아 진 것 같다. 충격이 고스란히 발바닥과 발목에 쌓이고 있다. 2시쯤 숙소에 들어와 휴식을 취해도 저릿저릿한 느낌이 아침까지 가시지 않는게, 다음 일정을 시작한다. 

 

이제는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갈 때다. 나는 이 길을 왜 걸으려 하는가. 무엇을 찾고자 이 외로운 시간을 보내려하는가. 답은 (고요힌)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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