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재밌어졌다. '더이상 참지 않겠다. 할말은 하겠다'며 정면승부할 태세를 밝히더니만 실제로 따박따박 대꾸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응원을 하고 싶어진다. 이전까지만해도 대통령이라면 바둑의 포석을 세우듯 말을 세워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말조심을 못한다. 대체 물밑작업이나 대책도 없어보이는 저 나이브한 스피치 기술이야말로 진정한 자질 미달이다'이라며 한심하게 여겼다. 하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 말해도 왜곡시켜버리는 일간지들에 대해서, 마치 똑똑한 초등학생처럼 하나씩 대답하는 모습이, 비록 國夫로서의 어른스러운 태도는 아니라할지라도 슬그머니 열광하게 만든다.
이번 싸움은 노대통령의 4년 연임제 발언으로 시작됐다. 우선 야권은 일제히 '개헌논의는 정략적인 발언'이라며 지탄을 해댔다. 이에 대해 노대통령은 '4년 연임을 반대하는 세력이야말로 정략적'이라며 꽤 쓸만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4년 연임제 발언에 대해 박근혜도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짧고 시큼하게 노무현을 비판했지만 어젯밤 노대통령은 이 말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발췌개헌과 사사오입을 추진한 이승만 대통령, 3선 개헌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유신헌법을 제정한 박정희 대통령, 단임제이지만 7년 임기를 누릴 수 있도록 개헌한 전두환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냐"고 따진 것이다.
어짜피 버릴 것 없는 야당은 늘 아전인수격으로 상대방을 비난하지만, 노대통령은 단단히 결심하며 누가 흙탕물인지 보여주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 그야말로 꽤나 관전하기 좋은 난타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중앙일보에서는 이 말들을 다시 왜곡해 '그저 시끄러운 대통령'의 이미지로만 보이게 했지만, 언젠가 전모를 깨닫기 시작하는 백성들이 나쁜놈과 더 나쁜놈을 구별하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