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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특별한 준비를 하지도 못한채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은 석달 정도, 무신경하면서도 권태로운 일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누워서 보냈다. 처진 몸으로 퇴근을 하고 나면 씻지도 않은채 누워 TV를 보다가, 이내 다음날 아침이 되어 허겁지겁 출근을 하고는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일을 반복했다. 주중에는 그저 금요일밤이 언제오나...남은 날들을 헤아려 보는 것이 소망의 전부였다.

그렇다고 주말이 되어서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한도전'이나 '개그콘서트'로 마음을 달래고,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은 뒤에 한낮에도 골아떨어지는 부끄러운 일상이었다. 외출이라고는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 전부. 그것도 목사님 설교가 시작될 쯤, 느즈막히 말이다.

시간이라는 도로 위에서 힘차게 달려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민히 있어도 움직이는 Time escalator에 앉아 주변을 멀거니 응시하는 인생이 되어버렸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되었고, 모든 것을 체념하며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버렸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원더랜드>라는 쿠바여행기를 봤다. 쿠바의 소소한 일상들과 장면을 아스팔트처럼 딱딱하고 까끌하게 풀어놓았다. "나도..언젠가는.."이라며 이번에도 그의 자전거 여행을 부러워만 했다.

그래. 올해 안으로 세상밖으로 떠나는 구체적인 계획을 생각하자. 이런 저런 생각이 미치게 되자, 30여년을 살아왔던 이곳 한국의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는 한국을 아는가? 문득 여행자의 심정으로 지금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 12시가 지나도 사람들이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곳. 근사한 자전거 도로와 무조건 빨리빨리 진행되는 일상들.

사무실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여행지에서의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면 대체 흥미롭지 않을만한 일들이 무엇일까.

회사생활은 아르바이트라 여기자. 4년째 지속하고 있지만 정직원들보다 훨씬 훌륭히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기한을 정해 놓으니 어느 하나 버릴 경험이 없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만한 인연이 없어 보인다.

인생이 새로워지고 하루가 다시 촘촘해지기 시작한다. 이 영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2007년이 다시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맛나는 음식, 좋은 경험, 다양한 사람들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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