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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6 00:54

전화 오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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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지금쯤 수련회장에서 벅찬 가슴을 안고
돌아왔겠구나.. 부러운 마음에 자꾸만 시계에 눈길이 가던
오늘이었습니다.
제출해야 할 영작 에세이 준비로  예전에 자주 보던
보라색 영문법책을 들추어보는데, 생전에 아버지께서
영어 공부를 하며 어려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밟혀왔어요.
'차근히 풀이된 이 책을 그 때 권해 드렸다면
무척 좋아하셨을텐데..'
힘드실 때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을 찾아, 훌쩍 큰 딸이
동행해 드렸다면-  

  그 시간들을 잠잠히 떠올리다가, 주님께 누군가 내게
전화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핸드폰은 울리지 않고 괜히 마음만 허해져서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같은 학회의 '용선이'오빠가 떠올랐습니다.
용선이 오빠의 아버지께서 얼마 전에 췌장 쪽에 병이
발견되어 큰 수술을 하셨거든요
아프다고 꽁하니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기 보단
누군가의  전화를 저보다 더 기다릴 그 선배에게
힘찬 목소리로 안부를 묻기로 다짐했어요

 아픈 가족을 지키며 보내는 하루- 저물녘이 되면
잘 지내고 있니? 밥은 먹었어? 점점 더 나아지실거야..
이런 다정한 말들이 그리워진다는 걸 잘 알거든요
용선이 오빠는 아버지가 이제 죽을 조금씩 들고 계시고,
이젠 밥을 드시면실 수 있으면 퇴원 하실 수 있다며
전 보다 밝아진 목소리로 얘기해 주었어요

  '퇴원 후 집에서의 식생활을 잘 관리해야 발병을
막을 수 있어요-'  노파심에 목구멍까지 넘어온 이 말 대신
'와 다행이네요! 이젠 식사 잘 하시면서 잘 관리하시면
되겠네요-'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주님의 깊은 눈빛을 바라보자고,  기도하며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멀리서 마음만 전해서 항상 미안했는데.. 용선이 오빠는
'너의 한 마디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오히려
저를 격려해 주었어요.

  전화를 끊고 생각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중
아프신 그분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얼까 ...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다가,  문득 아버지 발 지압을
해드릴 때 마다 붉어지고 힘이 들어가던 제 손바닥이
떠올랐습니다.
조금은 두렵고 망설여지겠지만 조만간 그 분을 찾아가면
발을 주물러 드려도 되는지-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              
    

(수련회 잘 자녀오셨어요? 이번엔 자봉으로 섬기셨나봐요
오빠의 그 걸음과 걸음들 모여 어느새 그분께 성큼,
다가서 있을거예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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