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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7 00:11

연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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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깎으며 - 이 해인

오랜만에
연필을 깍으며
행복했다

풋과일처럼
설익은 나이에
수녀원에 와서
채 익기도 전에
깎을 것은 많아
힘이 들었지

이기심
자존심
욕심

너무 억지로 깍으려다
때로는
내가 통째로 없어진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
대책 없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아직도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다는 깎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대로
청빈하다고
자유롭다고
여유를 지니며
곧잘 웃는다

나의 남은 날들을
조금씩 깎아 내리는 세월의 칼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행복한 오늘

나 스스로 한 자루의 연필로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깎이면서 사는 지금
나는 웬일인지
쓸쓸해도 즐겁다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쓸쓸해도 즐겁다는 말. 소현이는요, 아직은 쓸쓸함을 더 크게 느낄 것 같아요. 겁도 나구요. 아플 것 아니예요? 내 모습이 깎인다는 것은... 그치만 기대하고 싶네요. 매일 매일을 통해 변하는 삶을.
  • 김현미 2003.04.27 21:43
    너무 억지로 깎으려다
    때로는
    내가 통째로 없어진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몰라
    대책없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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