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관람했다.
교회에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왠지 교회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시험 준비도 해야했지만...
이전부터 이 공연에 대해 들어왔고, 소설도 읽었던터라 그리고 '김법래'라는 괜찮은 배우가 나온
다길래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실 추상미가 주연으로 나오지 않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추상미가 노래하는 것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평가도 안 좋고...
어쨋든 나는 많은 쌍쌍으로 온 사람들 틈에서 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관람했다.
흑흑... 오늘처럼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진 적은 없었다.
그 동안 해피엔딩 위주의 뮤지컬을 많이 봤기 때문이었을까...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권총으로 자살하는 베르테르의 심정이 내게 공감을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보통 뮤지컬 공연을 볼 때,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서 노래를 부르는 이에게 감사를 표현
하는데, 오늘은 도무지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칠 수가 없었다.
내내 공연을 보면서 흐느끼는데, 오죽하면 앞사람이 자꾸 뒤를 돌아볼 정도이었으니...
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지만 끝내 여자로부터 사랑을 거부당하고, 모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죽음을 택하는 베르테르. 괴테의 소설에서 읽었던 베르테르랑 뮤지컬 공연에 나오는 베르테
르가 뭐가 달랐을까... 아니다. 다른 것은 없었다. 다만 내가 그 소설을 읽었던 때와 공연을 관람
하는 때가 달랐다는 것 하나밖에는 없었다. 청소년기에 무심코 읽었던 소설 한 편. 당시에는 사
랑을 몰라서 그랬는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그저 슬픈 소설이라는 것 밖에는...
근데, 오늘 공연을 보면서는 베르테르가 마치 내 모습인 것만 같았다. 물론 나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거부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미치도록, 다소 집착하는 사랑을 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어쩌면 나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하게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 여자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나도 베르테르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런지... 공연을 보면서 그런 베르테르의 슬픔이 얼마나 공감이 되는건지...
'베르테르의 모습을 나도 혹시 겪게된다면...'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오늘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공연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 내가 왜 이럴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차라리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었다면 내게 희망을 주었을텐데...
(p.s) 3/24까지 공연은 계속됩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 경험이 있거나 그런 사랑이 무엇인지
공감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단, 이성친구 있는 분들은 함께 가지 마십시요. 첫사랑이 생각날
지도 모릅니다. 왠만하면 혼자 가서 보는 게 좋을 겁니다. 오늘 공연에는 대부분 동성끼리 오신 분들
이 많았습니다. 김선미가 '롯데'로 나오는 공연을 추천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최고의 트리오는 베르테르(조승우-노래, 연기, 외모 다 좋습니다),
롯데(김선미-추상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노래 실력과 외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알베르트(김법래-노래에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바리톤 음색이 정말 멋집니다. 연기도
좋지만 외모는 좀 떨어집니다)의 캐스팅입니다.
절대로 추상미가 나오는 공연을 보지 마세요.
노래가 별로여서 감동이 좀 떨어진다고 합니다(다른 이들의 공통된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