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나갔다
친구가 미국에 있는 남자친구 선물을 사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몇 십만원 짜리 사탕 바구니가 진열되어 있었다.
미친...하면서 돌아서려는데
이놈이 영 나오질 않는다.
얼른 들어갔더니
한참을 고르고 또 고르고 있는 것이었다.
만리 타국 떨어뜨려놓은 애인이 어지간이 보고잡은 모양이다
계산대 가득 빽빽한 남정네들
투박한 손으로 리본을 사고
바구니를 고르고
초콜릿을 고르는 폼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그 남자들앞에서
힘겹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일하는
계산대 언니들이 보였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눈과
자동적으로 바구니와 계산대를 오가는 손
그리고 실내 열기로 발갛게 상기된 볼
이름도 성도 생판 알지 못하는 한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네들의 손이 포장지와 계산대를 오가고 있고
그네들의 볼이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화이트 데이..볼이 발그레한 그대..
누군가는 피곤에 지쳐
그리고 누군가는 피곤을 희생한 여인의 손길로 인해 기쁨에 젖어
볼을 발갛게 물들이는구나 싶어
그래..재밌는 날이다..웃긴 날이다..싶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