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나를 이렇게 부른다.
참 고맙다.
가정.
식구라는 인연.
핏줄로 만나지 않았으면 친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울 언니들..
언니들이랑은 어쩌구 저쩌구 짜증나고 열받고 그래도
쫌 지나면 같이 뒹굴고 웃고 그럴 수 있다.
가정.
참 신기한 하나님의 작품.
핏줄이 아니라면 이럴 수 없을건데...
요즘 참 새삼스럽게 언니들.. 엄마... 그 소중함이 가슴을 채운다.
오늘은 혼자 늦게 들어와서 저녁을 차려먹는데
두부찌개가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담배태우러 나가시는 아빠한테
"아빠 좋겠네... 이렇게 음식 잘하는 아내 둬서.. *^^* 히히..좋죠 아빠?"
그랬더니 달랑 한마디 하신다.
"미친 놈"
푸하하하.. 얼마나 웃었던지..
이 말을 남기고 문을 닫고 나가는 아빠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인젠 아빠의 마음을 조금 더 읽을 수 있다.
아빠의 딱딱한 말투, 표정, 스타일 이런 것들 너머에 있는 아빠의 마음을
이젠 조금 더 알 수 있다.
아빠랑 하루 더 살았고, 나는 조금 더 자랐다.
아빠를 참 많이 사랑하고 싶다.
아빠는 조금은 외롭고, 또 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작은 즐거움일 것이다.
가족.
돌아보니 이렇게 사랑받고 살아올 수 있었음이 기적같다.
나같은 사람을 이제껏 이렇게 껴안아준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왜 그 따스함이 요즘에야 이렇게 생동감있게 내 가슴을 건드리는 걸까...
엄마의 말할 수 없는 따뜻하고 폭신한 품.
엄마를 생각하는 알뜰한 둘째 언니의 행동 하나하나.
장난기 많은 우리 귀염둥이 셋째 언니..
가장 많이 곁에 있고 싶은 우리 아빠.
하나님께 많이 고맙다. 참 많이...
이 스스럼없는 관계 안에 나를 두신 것을.
'애기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참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를 아끼는 마음을 나는 느낀다.
빌리 엘리어트를 오늘 봤다.
아빠랑 빌리랑 껴안는 장면이 몇 곳 있었다.
풀밭에서, 버스 앞에서...
너무 멋있었다.
아버지. 사랑...
아들의 발레 공연을 보는 아버지의 표정...
하나님은 어떻게
이런 감정들을 인간에게 부으셨을까..
이기적인 존재임에도 가정안에서 이뤄지는 눈부신 사랑.
표정속에 드러나는 사람의 감정들.. 아름답고 놀랍다.. 참...
내 감정을 글로 옮기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순간 차올랐던 느낌들이 날아가버리는 것 같아서
참 답답하다.
요즘 기도하고 있다.
내 안의 차갑고 냉정함을 하나님이 다스려 주시기를.
지금 가정을 통해서 가르쳐 주시고 계신다는 느낌이 든다.
난 아직 참 어린애다.
사랑도, 진실도, 아직 잘 모른다.
주시는 만큼 많이 누리고, 또 그렇게 나누며 살아야 한다.
참 그러고 싶다.
2002년. 1월 24일. 순옥이의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