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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02 00:00

그런 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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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사실은 제가 공동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사실은...


 


어떻게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사랑했던 거 맞다고.


네 뼈가 부서지도록 사랑했던 것 맞다고.


 


원투원을 하다보면 


이런 자조적인 푸념들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이 바보야.


그건 사단이가 네 과거까지 부정시키려는 거야.


 


너 사랑했던 거 맞아.


그 사랑이 온전하지 않고


자기사랑도 섞여있고


좋은 결과가 안 나왔어도


너 사랑한 거 맞어.


 


사랑없이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니.


예수님없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니.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고 부족할 뿐인 사랑.


겨우 스무해남짓 산 어린 인생들의


작고 보잘 것 없는 - 그래서 더 귀한 사랑.


 


학사가 되고


상대적으로 공동체와 멀어지면서


삶에 더욱 자신이 없어지면서


지난 세월까지도 부끄러워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 거 맞다고


그 사랑 당신에게는 기억이 없지만


그 사랑을 먹고 자란 우리에게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거친 울음과 함께 지난 세월이 다 거짓이었다고 말할 때에도


사랑이 부족했다고는 말할지언정 그렇게 아니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천.


너도 맞아.


 


내 너와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은 많지 않지만


제대 직후


둥지로 갔던 95졸업여행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에


승가대 앞에 걸터앉아 짧게 얘기 나누던 때.


한편으로 아쉬워하고 한편으로 속상해하던 너.


그 흐릿한 눈빛과 느린 말투에 담겨있던 애틋함이


내게는 새겨져있다.


사랑했던 거 맞다.


주님께서도 그렇게 증언하실거다.


 


 


  • 박유미 2000.12.03 05:04
    겨우 스무해남짓 산 어린 인생들의 작고 보잘것 없는 사랑...이기에 더 귀한거 맞나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작고 보잘것 없기 때문에 더 귀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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