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사실은 제가 공동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사실은...
어떻게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사랑했던 거 맞다고.
네 뼈가 부서지도록 사랑했던 것 맞다고.
원투원을 하다보면
이런 자조적인 푸념들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이 바보야.
그건 사단이가 네 과거까지 부정시키려는 거야.
너 사랑했던 거 맞아.
그 사랑이 온전하지 않고
자기사랑도 섞여있고
좋은 결과가 안 나왔어도
너 사랑한 거 맞어.
사랑없이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니.
예수님없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니.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고 부족할 뿐인 사랑.
겨우 스무해남짓 산 어린 인생들의
작고 보잘 것 없는 - 그래서 더 귀한 사랑.
학사가 되고
상대적으로 공동체와 멀어지면서
삶에 더욱 자신이 없어지면서
지난 세월까지도 부끄러워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 거 맞다고
그 사랑 당신에게는 기억이 없지만
그 사랑을 먹고 자란 우리에게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거친 울음과 함께 지난 세월이 다 거짓이었다고 말할 때에도
사랑이 부족했다고는 말할지언정 그렇게 아니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천.
너도 맞아.
내 너와 그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은 많지 않지만
제대 직후
둥지로 갔던 95졸업여행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에
승가대 앞에 걸터앉아 짧게 얘기 나누던 때.
한편으로 아쉬워하고 한편으로 속상해하던 너.
그 흐릿한 눈빛과 느린 말투에 담겨있던 애틋함이
내게는 새겨져있다.
사랑했던 거 맞다.
주님께서도 그렇게 증언하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