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3때 아니면 고 1때 였던것 같다.
난 학원을 다녔었다.
그 날은 정규시간이 아닌, 보충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랑 다른 여자애 하나 이렇게 두 명이 수업을 들었었다.
그 때의 영어선생님은
코리아 타임즈에서 기자도 하셨다는 분이었는데
가끔 팝송도 같이 해석해서 부르고, 종종 수업시간을 할애해서 삶에 자세에 대해서 말해주시는 등
이를테면, 공부만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그 날도 얘기가 이리저리 빠져서 흘러가던 중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작은 일을 이루며 살고 싶어요, 아니면 큰 일을 이루기 위해 살고 싶어요?"
질문은 먼저 나에게 던져졌고, 나한테는 너무도 답이 뻔한 질문이었다.
다만 내가 좋아했던 여학생 앞에서 최대한 멋있게 대답하는 것, 그게 관건이었다.
"큰 일이요."
내 의식의 지평에는 작은 일을 이루는 삶이란 없었다.
초딩들이 진짜로 대통령이 될 줄 안다든지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난 그때까지도 공부 어느정도 하면 서울대 가고, 좀 못하면 고연대 가는 줄 알았으니까.
똑같은 질문이 그 여학생에게 던져졌다.
걔는 갸우뚱, 하면서 다시 물었다. "작은 일을 이루면서 산다는게 뭐에요?"
뭐 그런 삶도 있어요? 이 정도의 질문이었던것 같다.
선생님께서 뭐라고 대답하셨더라..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충,
작은 일을 이루면서 사는 삶에는 큰 성취감은 없어도, 소박한 즐거움들이 있다고,
뭐 그렇게 말씀하신거 같다.
그 친구는 거의 가소롭다는 코웃음을 살짝 치면서, "큰 일이요." 라고 대답했던거 같다.
그 선생님께서도 웃으시면서, "그래요, 나도 큰 일을 이루면서 살고 싶어요." 했던거 같다.
시간이 몇년 흘러서 지금,
그 때처럼 확실히 대답하진 못하겠다.
큰 일을 이룬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잃는 것임을 조금씩 알게되기 때문이고,
또 소박한 즐거움들이 버리기 힘든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잘 모르겠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도 듣고 싶어요.
정말로요.
자신이 바라는 삶이라던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거 같다든지..
어떤 모습으로 되고 싶은데, 어떤 모습만은 정말 되기 싫다든지..
이런거 있지 않을까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