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미쳐 날뛴다. 미친년 속옷처럼 펄펄 날아 다닌다. 나도 2년전부터 다시 주식을 하기 시작했다. 어짜피 퇴직연금이라 은퇴할 때까지는 찾을 수도 없는 돈. 그래서 고스톱에 사용하는 사이버머니 같다는 생각에 투자를 했다, 10만원 20만원 쏠쏠하게 버는 재미가 있고,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구경하는 맛도 있었다.
AI로 인한 역사적인 반도체의 호황. 퇴직금 2억2천의 시드머니는 이것저것 살을 붙여가더니 어느덧 4억원을 넘어섰다. 매달 8만원씩 회사에서 부어주던 연금저축은 2년전까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1억원이 되기 직전이다.
평화롭던 고스톱판은 날 순순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전체 금액이 커지니 방배정을 다시 해줘 버렸다. 쩜당 1만원에서 100만원짜리로 옮긴 기분이다. 70, 110, 930, 2880, 1310. 이 숫자들이 이번주 내 휴대폰에 찍힌 일일 수익금이다. (*단위 만원) 주식이 하루 1%만 상승해도 현금 400만원이 생기니 후덜덜할 수밖에.
나는 상상해본다. 이번주는 이상하리만큼 상승장만 있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얼마나 맴이 찢어질까. 또 나를 얼마나 자책할까. 2%만 내리면 거의 1천만원의 돈이 삭제된다. 한달 동안 일한 대가가 파랗게 녹아 내리는 거다.
만약 누군가 내게서 이 정도의 돈을 사기쳤다고 하면 어땠을까. 식금을 전폐하고 쓰러져 누워있거나, 칼을 들고 지구 끝까지 쫓아가 죽여버렸을텐데. 주식 시장에서는 핑핑 돌아가는 숫자를 들이대며 내 통장에서 이 만큼의 돈을 줬다 뺐었다 한다.
3개의 앱을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열번씩은 주식잔고를 확인하고 계속 올라가는 내 총 자산을 들여다 본다. 이 흥분감을 나누고 싶어 미치겠다. 하지만 돈 많이 벌었다고 말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불로소득에 질투를 하거나, 나눠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사람만 주변에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입이 근질근질 하다. 나는 아마 로또에 당첨되어도 결국 다 털어놓을 한심한 인간이라는 자각을 했다.
아내는 "요즘 완전 눈시깔이 돌았다"고 한다.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다. 아마 진짜 부자들은 이런 초심자의 행운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