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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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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키유천의 팬사이트를 이기고 싶다”
  편성기획부 유천 사원의 유천닷컴(http://ryuchun.com)이야기

정말 그 때는 세상이 우리를 주목했다. 우리는 신인류라 불렸고, 언론에서는 'Generation X'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며 소란을 피웠다. 여느 세대와 다름없이 질풍노도의 청년 시기를 보냈지만,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그 행동들은 새로운 인류가 보이는 ‘진화’로 여겨지곤 했다. 우리가 무엇이라도 발산하면, 세상은 그것에 환호했다.

홈페이지 ‘유천닷컴’도 아마 그 때쯤 만들어졌을 것이다. 커피도 폭음도 모르던 나의 유기농 뇌가 반짝반짝 빛나던 2000년의 어느 여름날쯤이었다. 나도 <정보와 사회> 수업시간에 배운, 간단한 HTML을 가지고 조악한 홈페이지를 두드려 만들었다. 그야말로 개 집 같았지만, 선후배들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하숙방처럼 수시로 들락거렸다. 지인으로 구성된 200여명의 회원들은, 새벽에도 하교 후에도 다녀간 흔적을 남겨 놓곤 했다.
  
홈페이지를 만든 지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던 ‘트윈X’ 광고의 김원준은 이제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는 원로가수가 되었다. IMF가 한차례 지났고, 새로운 금융위기가 흉흉하게 세상을 붙들고 있다. 선후배들의 '광(狂)클' 덕분에 네이버 검색창에서 ‘유천냉면’을 따돌리고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이 등장하자 4페이지 뒤 구석자리로 밀려나 버렸다.

그동안 1600여개의 게시물, 350점의 사진, 250개의 카툰이 남겨졌다. 물론, 이것들은 선동가의 유인물 같이 견고하진 못하다. 세상을 엎어버려야 한다며 반항하는 치기를 보이다, 우울에 빠졌다가,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멍청한 반복’이 계속될 뿐이다.

세련된 프랜차이즈인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와 같이 훌륭하진 못하지만, 친구들은 아직도 이 쇄락한 홈페이지에 찾아와서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한, 중력은 똑같이 적용되고 삶은 누구에게 무겁다”는 이야기들을 주인 없는 사이에 토막토막 남기고 돌아간다. 이 축축하고 습한 한숨의 기록들이 나는 마음에 든다.   


오늘밤이 마감인 주간MBC 오픈 칼럼의 원고.
  • 2008.09.16 09:20
    와오~ 곧 10주년인데, 지난번 'T셔츠'와 '배지'처럼 행사한번 계획하셔야죠? 기대하겠습니당^_^
  • 예은 2008.09.16 14:03
    뭐야 ㅋ 비싼 돈 주고 개인교습으로 HTML 배운 나는 변변찮은 홈페이지 하나도 없는데 ㅋㅋㅋㅋㅋ
    믹키유천의 팬 사이트를 이기고 싶으시면 팬 관리를 하셔야죠 ^ ^ 공원에서 말타던 사진같은거 업데이트!!! ㅋㅋㅋ
  • 최현주 2008.09.16 14:06
    그 때 그 시절 무채색이었다면 지금은 푸르고 선명한 하늘같은 색이 되셨나요?^^ 저도 바로 윗분 의견에 찬성 팬 관리를 하셔야죠.ㅎㅎ
  • 경가김 2008.09.16 15:16
    글 한 번 끝내주오. @.@
  • 702 2008.09.17 00:48
    이곳엔 눈팅회원도 많다는 거~ 쿄쿄.
  • 개미양 2008.09.17 13:50
    스티커라도 배포하십시오. 허허. 여성팬이 많으신가봐요~ ㅋㅋㅋㅋ
  • 김병훈 2008.09.17 13:53
    글 두 번 끝내주요. ⊙ ..⊙
  • 그 흔한 이름 지혜 2008.09.17 18:17
    오빠는 이미 SUPERSTAR
  • 혜진 2008.09.18 00:08
    네 홈피의 역사와 내 주부생활의 역사가 비슷하구나 - 네 홈피는 외국에서 더 먹어주는 인기사이트 아니더냐.
  • 은수 2008.09.28 03:14
    와 멋져요. 태평양 건너서 발도장 찍고 갑니다. 결혼 생활 행복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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