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어머니를 성남에서 모시고 왔다. 엄마는 곱게 1박2일을 우리집에서 지내다 성남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형수가 명절동안 전라도에 내려가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신다고 했고, 형은 그게 좀 미안했는지 명절날 뷔페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LA갈비와 부채살 스테이크와 해산물 같은게 푸짐하게 나왔다. 식사비로 50만원 돈이 나왔지만, 보통 LA갈비를 만드는데 30만원이 드니까,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는 음식을 먹고 누워서 심심한 TV를 보는 그 느슨함이 없는게 서운하다고 했다. 올해 TV에서는 <운명전쟁 49>라는 해괴한 프로그램을 했는데, 점쟁이 49명이 나와서 누가 용한지 가리는 골때리는 서바이벌이었다. 식구들이 한창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뷔페 갈 시간이야"
마치 업무 시작하듯이 일제히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아내는 아쉬웠다고 한다. 명절 특유의 게으름이 사라지고 좋은 음식을 먹기위한 실용적인 움직임만 남은 것 같다는 거다.
아내는 함께 '왕과 사는 남자'를 단체 관람하자고도 했는데, 몸이 고단한 엄마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착한 형은 엄마와 함께 성남의 좁은 집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장성한 조카 둘과 하룻밤을 더 보냈다. 이제 스물이 넘은 조카들은 마루에서 이불을 펴고 잤을거다.
편안한 분당의 집으로 모실수 있는데, 그냥 엄마가 더 편한 장소를 택한거다. 이런 비합리, 이런 어리석음 같은 게. 가족이 함께 사는 방식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