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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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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끈태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 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 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하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게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어.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원. 만원짜리 한 장과 천원짜리 세장. 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낸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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