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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진실하다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안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쯤이었어. 어떤 사람은 그냥 말하기를 좋아할 뿐이더군.
하지만, 진실하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글을 뽑아내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인 것 만은 확실해.
여러 문학적 장치를 쓰는 것보다도
가슴을 제대로 열어 젖히는 일이 독자를 훨씬 쉽게 끌어당기니까 말이지
변변하게 공부도 못하고 공돌이로 몇 년을 살아가다가
국가보안법으로 7년을 수감한 박영희의 시들은 는 어떤 면에서
'쉽게 쓰여진 시'*로 보여져.
그가 걸어온 가슴 터지는 삶을
손 끝으로 끌어내는대는
누구만큼 많은 수법들이 필요할 것 같지 않더라구.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삭힌
맑은 장국 같은 이야기들을 퍼내는 박영희씨가
나는 너무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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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 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 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 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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