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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권 팽이는 서고 싶다-박영희/창비 시선209

천이형님2003.04.15 00:24조회 수 600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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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진실하다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안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쯤이었어. 어떤 사람은 그냥 말하기를 좋아할 뿐이더군.

하지만, 진실하다는 것은 시인으로서 글을 뽑아내기에 훨씬 유리한 위치인 것 만은 확실해.

여러 문학적 장치를 쓰는 것보다도

가슴을 제대로 열어 젖히는 일이 독자를 훨씬 쉽게 끌어당기니까 말이지

변변하게 공부도 못하고 공돌이로 몇 년을 살아가다가

국가보안법으로 7년을 수감한 박영희의 시들은 는 어떤 면에서

'쉽게 쓰여진 시'*로 보여져.

그가 걸어온 가슴 터지는 삶을

손 끝으로 끌어내는대는

누구만큼 많은 수법들이 필요할 것 같지 않더라구.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삭힌

맑은 장국 같은 이야기들을 퍼내는 박영희씨가

나는 너무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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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 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 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 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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