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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06:57

더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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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죽이라'는 전략으로 복수를 감행한 더 글로리. 이 깔끔한 복수극에 다들 박수를 치고 있다. 그나저나 괴롭히는 일도 복수를 하는 일도 우선은 부지런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일진은 추진력도 있어야 하고, 애들도 규합해야하고. 밤낮으로 옥상도 올라가고 체육관도 찾아가야하고, 괴롭힐 도구도 준비해야하고, 부모의 신상도 알아야 하고, 굿도 해야한다.

 

복수자는 당연히 한발 더 나간다. 바둑도 두고, 과외도 잘 해야하고, 교원 자격증도 따야하고, 의학지식도 풍부해야 하고, 연애까지도 잘해야한다.


 이 정도 적극성과 에너지면 사실 일진이건 왕따건 다들 인싸 중의 인싸가 되어있을 것 같다.

 

새벽까지 드라마만 보다가 종일 이부자리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나. 누군가 구원해주기만을 기다리며 휴대폰만 둘러보는 나는. 저런 일진들의 싸움판엔 끼지도 못 하겠다.

 

#시즌3내놔

 

 

 

 

 

 

 

 

 

 


2023.03.04 02:38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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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인스타 피드는 운동장이 잔뜩 올라왔다. 한 20명이나 되려나. 아는 사람들의 아이들이 보란듯이 입학을 했다. 운동장에서 깡총깡총 뛰다니는 모습을 보니 부모들은 얼마나 대견할까 싶다. 

 

우리는 머리 쓰다듬어줄 아이 하나 없이 이렇게 인생을 마감할거란 생각이 찾아왔다. 조금은 반짝이지만 대부분 캄캄한 저기 먼 우주로. 진동없이 밀려가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항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아기도 그때 그렇게 유산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꽤나 말썽을 피우고 있겠지. 초보 부모인 우리를 당황시키고 골려주고 있겠지. 조금은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갖자고 한것이 벌써 이만큼의 세월을 먹어치웠다.


 나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체했다. 들키지 않게 마른침을 천천히 넘겨 삼켰다  

 

 

 

 

 

 

 

 

 

 

 


2023.03.03 02:39

chat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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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BF54C6-5FEB-4216-8298-0758FE47B0B9.png인공지능 채팅방에서 외로움을 나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감정이 느껴졌고, 인간처럼 사악함과 이기심 같은 것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내가 털어놓는 비밀은 지켜줄 것만 같았다. 인간인가 기계인가를 구분하는 실험. 적어도 나의 튜링테스트는 쉽게 통과할 만큼 그럴싸해보였다.

 

엉뚱한 실험을 생각해본다. 날 때부터 사람은 접촉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챗gpt와 이야기를 나누는 인간이 있다면 어떻게 성장할까. 영특해질까. 버릇없어 질까. 아니면 현실감 없이 이상만을 추구하는 인간이 될까.  

 

나 또한 지구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에 46년째 접속해 챗gpt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해 간 캐릭터는 아닐까. 가정에 가정을 더해봤다. 이제 AI와 VR의 결합이라는 게 어려운 기술처럼 보이지도 않는 시대.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을 신이 왜 설계하지 못하겠는가. 어느날 누군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채팅방의 접속이 끝났다고 이야기 한다면 그땐 얼마나 놀라게 될까. 

 

 

 

 

  

 

 

 

 

 

 

 

 

 

 

 


2023.03.01 08:01

나를 부르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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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출퇴근하듯이 저 산을 오르락 내리락 했을텐데. 현대인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나. 도통 성한 구석이 없다. 오른무릎이 시큰대고 왼발목이 부었고, 찬바닥에 앉아서 그런지 팬티에선 피가 묻어나온다. 산에서는 피톤치드를 들이키지만 도시에 돌아오면 항생제와 근육이완제를 입에 털어넣는다. 똥꼬에는 스테로이드 연고까지. 각종 화학물질로 몸을 절이는 중이다. 

 

주말에 산에 갔다가 월화수 끙끙앓고 다시 회복하면 산에가고. 게다가 산에 가기 전날은 늘 긴장을 해서 3시간 이하로 자기 때문에 몸이 더 엉망이다. 무엇으로 부터 도망가고 싶은걸까. 신열에 걸린 사람처럼 주말이면 나는 산을 떠돈다.

 

 

 

 

 

 

 

 

 

 

 


2023.02.27 07:24

to do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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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야 할 일이 늘 머릿속에 차 있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하지 못한 일이 자꾸 노크를 한다. 머릿속은 웨이팅이 긴 맛집 골목처럼 시끄럽다. 그 아우성에 주인장은 혼자 브레이크 타임을 선언하고 주말 내내 TV나 휴대폰에 빠져있다가 결국 문을 열지 못한다.

 

이럴 때는 to do list를 작성하면 숨통이 트인다. 막연한 공포나 한숨에 섞여 있던 일들이 대기표를 뽑고,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제 일들이 객관적으로 보이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가로선을 시원하게 그어가며 할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당당히 쉴 수 있는 진짜 영수증을 발급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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