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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07:17

섭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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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MBC라디오국의 유천 PD입니다. MBC라디오 특별방송 <청춘의 노래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83째주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간에 5일간 편성되는 특별방송입니다.

 

무더운 8월의 여름 저녁, 매미 울음소리로 가득찬 도로들. 이 정체된 시간에 대한민국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노래 9. 골라주지 않으시겠어요? 음악이 파도타고 거리를 적시는, 그 광경을 보고 싶진 않으신지요.

 

노래로 말을 대신한다면 어떨까. 젊은 시절부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쓰다듬은 인간. 오은영 선생님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떤 것일까. 또랑또랑한 선생님의 목소리로 DJ 부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또 어떻게 그려질까. 저는 너무 궁금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몇 년 전 일본의 소설가 하루키가 9곡의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특별 DJ를 맡아 큰 화제가 된 것에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하루키만큼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먼저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사방으로 솟구치는 희망과 좌절을 가진 청춘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진 어른을 찾고 싶었습니다. ‘인생은 어떤 맛인가요‘ ’우리는 어떻게 늙어갈까요에 대한 답이 되는 짧은 단편소설 같은 작업이기도 합니다.

 

담당자분에게 전화로 설명을 드리긴 했는데, 왠지 마음이 잘 전해진 것 같지 않아, 이렇게 짧은 편지를 다시 보내봅니다.  더운 여름인데 부디 건강하십시오.

 

MBC 라디오국. 유천 PD

 
 
 
 
 
 
 
 
 

2023.06.26 06:24

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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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나 한번 먹자고 해서 교회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급하게 만나서 급하게 굽고 급하게 떠들고 헤어졌다. 이야기는 정미소의 쌀알처럼 계속 부어졌지만, 다들 상대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결론을 내린다. 경매하는 수산시장 같았고, 계산기를 두드려 가격을 보여주는 용산의 장사치들 같았다. 

 

나이 들어서는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해야한다고 한다. 나도 뭘 얻으려고 만난 것은 아니다. 나는 솔로에 성형이야기에, 연예인, 고양이 이야기까지. 물을 한 웅큼 쥐어본 느낌이다. 대화는 남는 것 하나 없이 다 빠져나갔다. 최근의 드라마는 줄줄 꿰고 있지만, 다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본 게 언제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3년이 지났는데, 그 때의 갈림길에서 우린 각자 너무 많이 뻗어온 것 같다. 헛헛할 수밖에 없는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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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 농담을 잘 안하게 된다. 온통 진지한 이야기 뿐이다. 사실 유머를 하기 전 나는 준비작업이 필요한 편이다. 농담이란 짖궃은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와 나 사이에 신뢰관계가 충분히 쌓였을 때 시작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밭을 일구는데 몇년이 걸리기도 한다. 

 

MBC는 농담이 판을 치는 곳이다. 2010년대쯤에 6개월이나 지속된 심각한 파업상황에서, 엄중한 전체 총회를 하는데도 그 사이 사이마다 우스개를 던지고 싶어하던 사람들. 그저 농담 한번 치고 싶어서 반짝반짝하던 직원들의 눈을 기억한다. 


그런 유머의 격투장 속에서 살았으니 나도 얼마나 끼고 싶었을까. 하지만 내가 스스럼 없이 유머를 던지기 시작한 건 2년 정도가 지나서다. 상대가 편하게 들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마 경력사원으로 들어온 내 자격지심과 경계심 때문일 거다. 

 

인스타그램에 유머가 적어진 것이 보인다. 예전만큼 웃기지 못해 아쉬운 것이 아니다. 그만큼 믿고 말할 만한 사람, 믿고 의지할 사람이 적어진 신호일거다. 한 때는 늘 사람들이 찾아오던 나였는데 절간처럼 조용하다. 


나이 50도 안됐는데, 퇴직도 안했는데 벌써 고독하다. 이 농담같은 현실이 제일 농담같다. 지금의 상황이 나에겐 제일 큰 유머다. 

 

 

 

 

 

 

 

 


2023.06.20 05:56

2023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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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생각에는 

47세나 48세나 다 아저씨일 뿐이지만, 

47살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2023.06.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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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 사용할 가짜 문자를 만들기 위해, 요즘 제일 많이 뒤적거리는 건 이 홈페이지이다, 2000년부터 이곳에 썼다 방치했다를 반복했으니 그래도 23년의 기록이 뜨문뜨문 적혀있는 셈. 하지만 예전 글들을 보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때는 사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승전결도 없이 감정의 파편들을 사방에흩뿌리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추리해 봐라, 내 복잡한 마음을. 아주 건방진 놈이었다  

 

성장하고, 복사하고, 분열하고, 사멸하고. 우리 몸의 세포는 1년 정도면 거의 교체되기 때문에 1년전의 나는 이 몸안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하물며 23년 전의 나라니. 완전 남인 셈이다. 


남이 쓴 그 글을 지금 읽어보면 온통 개꿈 같은 이야기이고, 뭐라 해몽을 붙여야할지도 모르겠다. 읽는 사람이 과자 부스러기 같이 엉망으로 흩어진 말을 추리해야하는데 이제 누가 내게 그런 관심을 갖겠는가.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쓱쓱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처박혀야 될 수준이다. 

 

요즘은 아침방송 때문인지 11시쯤 잠들어서 5시쯤 깬다. 이 새벽 시간엔 집중력도 좋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서 뭘 좀 읽고, 쓰려고 하는 편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기처럼 평이하고 알아먹게 쓰는게 좋다. 좀 웃긴 소리지만, 50이 다 되어서야 삶을 어떻게 '받아쓰기' 해야하는지 깨달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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