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은 농담으로 그득하다. 지금 이곳에는 도무지 진심이 없다. 문화방송 입사 5년차. 이제는 어디를 향해 내 달리는 법이 없다. 내 시간은 언제나 총총걸음을 하며 바삐 움직이지만 좌표도 목적지도 없다. 한발 한발 힘있게 내딛는 산악인의 발걸음과는 너무나 다르다. 오락실에 편의점으로 다시 학원으로 종알대며 움직이는 초등학생의 동선과 흡사하다.
삶은 여정을 멈췄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위대하지는 않지만 진지하게 하고 싶은 일은 있었다. 나는 안착하려 하고 있다. 엉덩이를 따뜻하게 댈 수 있는 곳이면 족했다. 좋은 회사 흥미로운 업무, 두둑한 봉금 이만하면 괜찮다 싶었던 걸까. 만화방에서 오징어나 육포를 씹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엉겅퀴를 걷어내며 종착지를 향해 피고름 나는 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옮기는 순례자가 나는 아니다. 개껌하나에 헐떡헐떡 대는 푸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