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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낡은 LP판을 면봉 삼아
먼지가 소복히 쌓여버린 귀를 청소하던
올드팝 매니아의 마음이랑 비슷하다.

나도 요즘엔 책장에 박아둔
묵은지 같은 시집들을 꺼내
만원 지하철 출근길에서
되새김질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다가
좋았던 문태준의 시



여름밭

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 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 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콱 물어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윽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
날이 무명빛으로 잘 들어 내 귀는 발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냐 더 둬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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