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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희송


1.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종교적 이슈가 핵심이 아니었다. 탈레반 혹은 무장민병대가 외국인 버스를 세우고 이들을 인질로 잡았다는 것. 이들이 "한국인이고, 기독교인"인 줄 알고 사로잡은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인질납치 사건이다. 이들의 요구조건이 처음의 '한국군 철수'에서 '수감자 석방'으로 '몸값 요구'로 오락가락 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2.

다만 국내에서 이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이 '여행제한지역'임을 무시하고 '무리한 선교행위'를 위해 들어갔다는 것으로 요약되면서부터 종교적 이슈로 전면 부상하게 되었다. 정작 아프칸 현지에서는 기독교-이슬람의 종교간 대립 측면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이참에 심각하게 기독교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었다.

3.

해외에서 자국민이 납치당한 사건이란 측면과 이것이 선교여행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 두 국면을 두서없이 섞어놓으면서 여론이 심각하게 왜곡이 되고 있다. 전자의 문제를 놓고는, 한 국가가 재외국민에 대한 신변보호와 안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냉정하게, 그리고 한국사회가 염려하는 마음으로 돌아보아야 할 사안이다. 이 문제는 해외여행이 급증한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면, 해외유학생들, 여행객이 현지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국내 여론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의 추이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 갔다고 무시할 것인가, NGO 활동했다고 죽고 오라고 할 것인가, 매번 문제가 될 때마다 한국사회 모두가 딱하게 여길 사안이 아니면 그들이 현지에서 무슨 일을 당하든 상관이 없다고 할 것인가? 지난 이라크 전쟁 때 현지에 있었던 평화운동가들에게 쏟아졌던 '죽으러 갔으니 살아돌아 오지 마라'는 식의 비난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여행제한지역'에 들어갈 때는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이번 봉사팀들의 경우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토록 반대했는데 갔으니 당해도 싸다'라고 말하며 전적으로 이들만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의 반대의지는 아프칸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단체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고 공문을 보낸 정도이고, 실제 이들 지역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했다. 지금도 많은 한국인 단체들이 아프칸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프칸에 간 것에 대해 그토록 위험하다고 말하는 분들은 누가 이스라엘을 여행하겠다고 하면, 거기서 변을 당하면 그에게도 '당해도 싸다'고 할 것인가? 런던에 갔다가 지하철 폭탄테러나 차량테러를 당하면 그것도 당해 싸다고 할 것인가? 미국가서 총에 맞으면 어떤가? 위험은 도처에 있고, 이번 봉사팀은 불행을 당한 것이다. 남의 불행을 너무 제멋대로 재단해서는 안될 일이다.

4.

'샘물교회팀이 행한 선교활동'에 대한 평가는 그간 한국기독교가 행한 해외선교의 맥락에서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 사안은 기독교계가 뼈아프게 비판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의 압도적인 비판 이전에 기독교계 내에서 예리한 비판이 먼저 나왔어야 옳다. 그러지 않으니, 기본적 사실관계 자체가 올바르지 않은 짜집기 정보가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2006년 선교계에 꽤나 물의를 일으켰던 최바울 선교사와 인터콥이 주도한 아프칸 선교집회의 정보를 이번 샘물교회팀의 정보인양 섞어서 유통한 것은 심각한 사실관계의 오류이자, 무차별적 비판여론이 일어난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엉뚱한 사람 잡아놓고 화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특정한 사건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평소 기독교에 대해 하고 싶었던 비난을 맘껏 풀어놓는 장이 되어 가고 있다. 이미 이를 막을 수도 없고, 여론을 돌릴 수도 없는 상황임을 우리 모두가 보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의 현재적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상당수 네티즌의 댓글은 반박하기 어려울만큼 모골송연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차마 보고있기 힘든 악플도 상당수 이다. 그리고, 이들이 비판의 근거로 삼는 내용은 도를 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인신공격성 내용이 적지 않다. 적어도 약간의 해명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대표적으로 이런 내용들이다.


1) 2006년 인터콥의 아프칸 집회와 혼동

- "외교부의 수십차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에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해서 강행, 정부가 전세기를 보내서 나오게 했으나 거부" 등은 2006년 상황이다.  

- 현재 알려진 바 이번 사건에서 정부측의 사전대응은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NGO들에 여행자제 공문을 보낸 적은 있으나, 정상적으로 비자발급은 해주었다고 한다. 이 여행자제 공문은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행제한 법률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사태를 보면서 여행금지 지역에 대한 여행시 제재 수단을 갖도록 하려는 입법이 추진중이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는 자국민 보호 측면에서 일견 타당한 면이 있으나, 시민사회나 해외구호 NGO 등의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 인터넷에 떠도는 이 내용의 짜집기 버전은 매우 단정적으로 이 건과 샘물교회건을 섞어놓고 있어서 왜 이런 식으로 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의도가 있는 것이었다면 매우 악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2) 박은조 목사 개인관련

- 현재 인터넷에는 "박은조 목사는 뉴라이트 공동대표". "조갑제 씨가 샘물교회 장로" "그래서 조중동이 이번 사건에 침묵" 등의 이야기도 떠돈다.

- 일단, 박은조 목사는 김진홍 목사가 따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만들기 전에 서경석 목사와 만든 <기독교사회책임>에 이름을 올린 것이 전부이다. 복음주의권 내에서 이 문제로 논란이 일었을 때 <복음과상황> 이사장이었던 박은조 목사에게 이 문제를 제기한 기억이 난다. 서경석 목사와의 오랜 친분으로 이름을 넣은 것일뿐 직접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란 해명을 들었다. 사실상 <기독교사회책임>이 유명무실화 되고, 박은조 목사는 <뉴스앤조이><복음과상황>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뉴라이트 운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상황이다.

- 조갑제 씨가 샘물교회 장로란 말은 완전히 헛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영천교회란 곳의 집사란 말이 있다. 따라서 조중동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다.

- 사실관계 자체가 어긋나는 이야기가 떠다니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설사 그가 뉴라이트 공동대표거나, 조갑제 씨가 장로라면 무차별적으로 인신공격해도 괜찮은 것인지, 억류된 인질들의 안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비난하는 극우파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국내정치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동원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매우 저열한 정치의식이며, 인간성 상실이다.  


3) 참가자들의 현지 활동 관련

- 피랍자들의 현지 활동이라며 떠도는 사진들이 있는데, 이는 개별적으로 진위 확인이 쉽지 않다. 과거의 사진이거나, 다른 경우에 만들어진 자료인지 먼저 확인이 필요한데, 그냥 유통되고 있다.  


- 피랍자들 가운데 일부는 인터콥에서 훈련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어 보인다. 아마, 샘물교회 교인이거나, 현지 길안내자들 중 일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바울 선교사가 이번 일에 인터콥이 관련이 없다는 말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콥의 훈련과정을 이수했거나, 과거의 선교여행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 그러나, 이것이 곧 이번 봉사단의 성격을 결정하는 문제는 아니다. 샘물교회가 한민족복지재단을 통해 진행한 활동의 성격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이 옳다. 과거 인터콥의 사역형태를 그대로 이번 여행에 뒤집어 씌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인터콥 출신이 있다는 것은 인터콥이 그간 단기간의 과정을 매우 광범위하게 운영해 온 것을 염두에 둔다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당장 나 자신도 아내와 더불어 과거 인터콥 Field Operation 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다.  가까운 친구 중에 이 단체를 통해 선교사로 나간 경우도 적지 않다. 작년의 대형 사건을 계기로 선교계 전반이 완전히 돌아서기까지는 인터콥은 한국 기독교의 해외선교에 가장 공격적 흐름을 대표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와 샘물교회 건은 사안별로 평가해야지 싸잡아 비판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4) 선교냐, 아니냐?

- 손석희-최바울 논쟁의 내용을 보니 손석희씨는 "봉사란 명목으로 갔지만 어쨌든 선교로 간 것 아니냐"를 집요하게 추궁했고, 최바울 선교사는 "기독교에서 선교는 매우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고 대답한다.


- 샘물교회는 한민족복지재단이란 비정부기구를 통해 봉사활동으로 팀을 보냈다.  이슬람권에서는 선교사를 받지 않기에 많은 기독교 단체들이 NGO를 통한 간접선교를 한다. 여기에는 지역개발,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다. 기독교적 배경에서 출발해서 일반 구호기구로 정체성을 갖기도 하고(월드비전, 기아대책기구 등), 일반 기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독교인들이 적극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한민족복지재단은 그 기구의 성격상 단순히 이슬람권 접근을 위한 외피성 기구는 아니다. 대북지원 등에도 크게 참여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복지,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일반 NGO이되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곳이라고 볼 수 있다.



- 인질들이 잡히고 나자 이 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전에는 교회에서는 선교팀이고, 공식신분은 봉사단이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이들이 탈레반의 인질이 된 이상은 선교란 용어 자체가 금기시 되는 일이기에 공식적으로 봉사단으로 통칭되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선교를 봉사라고 비겁하게 발뺌한다"고들 했으나, 그것은 인질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다. 순교강박증이 걸린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이를 비난해야 할까?


- 모스크에서 찬양하고 기도하거나, 어린아이들 모아놓고 한국어로 찬양하게 하는 것 등은 보기에 안쓰러웠다. 나도 선교훈련 받던 80년대말-90년대초에는 익히 겪었던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선교지에서는 더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영상 뒤와 바깥 상황을 배제한 이런 에피소드들은 서로 다른 맥락에 놓이면서 매우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기독교가 이 문제만큼은 씨름해야 한다. 한국선교에 대한 전면적 성찰이 요청되는 지점이다.  



  • 천이형님 2007.08.16 14:53
    황우석 사태, 샘물교회 피랍, 디워에 이르기까지...인터넷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공격을 가하는 신종 파쇼집단들에 대한 대책은 없을까-
  • 이원석 2007.08.17 17:55
    형님 말씀이 맞아요. 그저 철없는 개인들의 악플이라고 보기에는 다분이 악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개념정의 및 대응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런지... 그냥 '너무들 하시네' 식의 표현으로는 대응이 힘들 것 같아요. 물론 그들이 공식적으로 집단을 만든다든지 하는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개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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