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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01 00:00

슬픔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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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익숙치 않다.


슬픔이라는 거


우울이라는 거


내겐 익숙치 않은 감정들이다.


 


내 삶은


슬퍼도 웃고


우울해도 즐거워야만 했다.


 


그것이 내게 자연스럽고


편한 옷이었던 것 같다..


우울한 채로


철퍼덕 주저앉아서


이불 쓰고 궁상이나 떠는 건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짓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나를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기곤 했다.


"어 이거봐~ 그러면서도 웃는 얼굴로 얘기하는 것 좀 봐~"


그렇게 함께 와하하 웃어버리고 나면


어떤 일이라도 강물에 씻겨내려가듯 자취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씻을래야 쉽게 씻기지 않는


그런 슬픔의 정서도 있다는 것을


내 나이 스물 셋으로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나.. 조금씩 알게 된다.


 


마구 깔깔거리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소리 한 번 지르면


그걸로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씻기지 않는


슬픔의 정서가 있다.


 


그래도 즐거워야 한다고


내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는 것은


어찌된 노릇인지.


 


내 안의 밝음


-혜란이 넌 어쩜 그렇게 밝냐고


그런 소리 늘 듣고 살았었고


그 밝음의 의지로


슬픔의 정서를 이겨보려 하는데


의지가 가슴을 이기지 못하는 건..


 


그래도.. 오늘 하루 나는 웃고 싶은데


내가 웃어도..


사실들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거


현실이 내 뜻한대로 되어지지 않는다는 거


세상이 차갑게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에이 뭐 다 그런거지


하며 맘 편하게 살던 낙천적인 여유도


내 안에서 가물가물


 


머리만 대면 잠들던 버스 안


노력해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통통했던 볼살도 다 빠져만가고


피부도 부쩍 푸석푸석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좋아했던 많은 것들에 흥미를 잃어가고..


 


이제 그만해야지..


하며 다시 웃어보지만


이 슬픔의 정서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건지는


지금 당장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가면..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의 노래처럼 그게 쉽다면


벌써 그랬을텐데.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듯한


날개가 부러진 듯한


그런 느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현실을 받아들이는 거


-내게 필요한 직면은 어쩌면 그거일거야


세상이 마냥 아름다운 곳인 줄 알았다면


이제 장밋빛 안경 따위는 벗어버려


눈을 부비고 세상을 똑바로 보란 말이야


 


아니요, 내 여린 가슴은 볼 수 없어요.. 난 두려운걸요.


싫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그게 현실이야


이젠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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