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익숙치 않다.
슬픔이라는 거
우울이라는 거
내겐 익숙치 않은 감정들이다.
내 삶은
슬퍼도 웃고
우울해도 즐거워야만 했다.
그것이 내게 자연스럽고
편한 옷이었던 것 같다..
우울한 채로
철퍼덕 주저앉아서
이불 쓰고 궁상이나 떠는 건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짓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나를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기곤 했다.
"어 이거봐~ 그러면서도 웃는 얼굴로 얘기하는 것 좀 봐~"
그렇게 함께 와하하 웃어버리고 나면
어떤 일이라도 강물에 씻겨내려가듯 자취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씻을래야 쉽게 씻기지 않는
그런 슬픔의 정서도 있다는 것을
내 나이 스물 셋으로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나.. 조금씩 알게 된다.
마구 깔깔거리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소리 한 번 지르면
그걸로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씻기지 않는
슬픔의 정서가 있다.
그래도 즐거워야 한다고
내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는 것은
어찌된 노릇인지.
내 안의 밝음
-혜란이 넌 어쩜 그렇게 밝냐고
그런 소리 늘 듣고 살았었고
그 밝음의 의지로
슬픔의 정서를 이겨보려 하는데
의지가 가슴을 이기지 못하는 건..
그래도.. 오늘 하루 나는 웃고 싶은데
내가 웃어도..
사실들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거
현실이 내 뜻한대로 되어지지 않는다는 거
세상이 차갑게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에이 뭐 다 그런거지
하며 맘 편하게 살던 낙천적인 여유도
내 안에서 가물가물
머리만 대면 잠들던 버스 안
노력해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통통했던 볼살도 다 빠져만가고
피부도 부쩍 푸석푸석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좋아했던 많은 것들에 흥미를 잃어가고..
이제 그만해야지..
하며 다시 웃어보지만
이 슬픔의 정서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건지는
지금 당장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가면..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누군가의 노래처럼 그게 쉽다면
벌써 그랬을텐데.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듯한
날개가 부러진 듯한
그런 느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현실을 받아들이는 거
-내게 필요한 직면은 어쩌면 그거일거야
세상이 마냥 아름다운 곳인 줄 알았다면
이제 장밋빛 안경 따위는 벗어버려
눈을 부비고 세상을 똑바로 보란 말이야
아니요, 내 여린 가슴은 볼 수 없어요.. 난 두려운걸요.
싫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그게 현실이야
이젠 받아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