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대해 무어라 말하게 될까.
효주.. 후기 잘 읽었어.
역시 넌 멋진 친구야.. ^^
"혜란이 넌 너무 이상적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지겹게 들어오던 말이지.
꿈과 이상의 공간을 넘나들며
행복 순수 사랑 열정 꿈..
이런 단어들이 내 삶의 주를 이루곤 했었는데.
현실이란
하나의 드라마였지.
즐겁고 기쁜 일들은 물론이고
슬프고 아픈 일들도..
난 하나의 시로 써내보려 했었지.
다분히 종교적이고
다분히 이상적이고
그렇게.. 환상 속에서 사는.. 나였지.
지금도 많이 변한 건 아니야.
여전히.. 세상이라는 곳은 가능성으로 충만한 곳이고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으로 가득찬 공간이라는
막연한..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내 안에 가득한걸.
.. 결국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을 맺기를 바라는 나인데,
조금씩.. 당황하는 중이지.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그런 공간은 아니라는 거.
말이 되는 일보다 말도 안되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거.
나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유별난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
"현실에 적응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거지"
-어젯밤 통화한 친구가 그러더라.
"싫어.. 으.. 내가 믿고 있던 게 그저 이상에 불과한 거였다니"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
그치만..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
"꿈많은 여고생처럼 살고 싶어" 라고 친구에게 말했지만
이젠.. 난 여고생이 아니니까.
처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 분 안에서 꾸었던 꿈들도
많은 부분은.. 나의 꿈.. 나의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게 되면서..
어째.. 마음이 기쁘지만은 않더라.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거겠지.
오늘 나는 레포트를 쓰고
리더십학교 원서를 마무리하고
아르바이트를 위해 과외할 아이를 만나고
수련회 기간 동안 열심히 한 영혼을 위해 씨름하고
.. 언젠가는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이 사회를 구성하는.. 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그렇게.. 걸어나가야 하겠지.
현실에 발붙인 그리스도인.
어떤 걸까..
난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애.
여전히.. 난 많은 꿈을 꾸는데.
나처럼 꿈꾸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어떤 일을 이루어내실까.
현실에 무지막지하게 당황하는 중에 있는 혜란.
내 나이 서른에도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그래도
한 사람의 크리스챤으로서
그 분 안에서
그렇게.. 꿈을 꿀 수 있을까.
꿈을 꾸되
현실에 발을 붙이는 법을 잘 터득해 가는..
서른 살.. 마흔 살의 혜란이이길.
"한 때는 나도 열정적이었다구" 가 아니라
"난.. 오늘도 꿈을 꿉니다" 라고,
내 나이 쉰에도, 예순에도 말할 수 있다면.
갑자기 정신이 드는군.
레포트 마무리해야지..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