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설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들은 침대 대신 소파나 다른 방에서 잘 자는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잠을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 뒤척이는 시간은 괴롭다. 내가 나에게 말을 너무 많이 걸기 때문에
나는 일어날 때 졸린 이유가 꿈속에서 너무 놀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무살 이후 사라지지 않는 불면증 때문에 나에게 잠은 출근도 못하고 퇴근도 못한 채 꽉막히 도로에 끼인 상태와 같다.
일기를 쓸 때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어진다. 나는 나에게서 멀어져 타인을 만나고 다시 내게 온다.
일기가 창작의 근간이 된다는 말은 흔하지만 사실 일기가 시나 소설이 되지 않아도 좋다. 무언가가 되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일기 뿐인 일기.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를 사랑한다.
책을 읽는 일, 일기를 쓰는 일 모두 혼자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완전히 혼자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모르는 사람 밖에 없는데 도서관에서 글을 쓰는 것처럼 어떤 외로움은 모여서 할 수도 있으니까.
- 문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