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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꾸 먼지처럼 사라져버리고 싶다. 

살면서 더 누리고 싶은 것도 얻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특별히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남아있는 많은 날들이 언제부턴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는 내 모든 일상을 고민하고,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고 후회하고 혹은 만족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그 선택과 책임이라는 것이 너무 무겁게, 또 동시에 너무 가볍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는 생각하는 것 마저 지친다. 지친다고 생각하는 것 마저도 지친다. 나를 위로하는 것도, 채찍질 하는 것도 다 지겹다. 나는 이제 나에게 실망하는 것조차도 지쳐서 하고 싶지 않다. 다 그만하고 싶다. 아무 것도 하지않고 싶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서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기억 못하게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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