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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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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이 오면 좋은 삶이 시작될 것이라 말들 한다.
나는 말한다.
좋은 세상이 오면 좋은 삶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좋은 삶이 있어야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이다.


좋은 세상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당신과 내가 오늘 선택하는 좋은 삶이 하나씩 둘씩 차곡 차곡 쌓여,
좋은 삶들이 좋은 문화를 만들고 좋은 관행을 만들고,
그 삶을 지켜 주기 위해 좋은 제도가 들어오는 것,
그렇게 해서 좋은 생각과 삶과 좋은 제도와 법이 완비된 것,
그게 바로 좋은 세상이다.
그러니, 좋은 삶이 없으면, 좋은 문화도 좋은 관행도,
아니 그 삶을 지켜 줄 좋은 제도도 필요가 없다.

아니, 좋은 세상은 좋은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제도가 좋고 법이 좋아도 좋은 삶을 누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좋은 세상을 좋다 말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 속에 있는 낡은 삶이 불편해한다고 번거롭다고,
아우성치며 좋은 세상을 밀어낸다, 또 눈감는다.
얼마나 자주, 우리도
나쁜 세상 속 권력의 나쁜 삶을 비판하면서
오늘 내 속에 좋은 삶을 초대하지 못했던가.
그러니 도대체 좋은 삶은 언제 온단 말인가.

내가 내 속의 부패를 직면하고 그와 대결하기 시작할 때
그 싸움에서 좋은 것이 이겨야,
그 싸움에서 소중한 것 지키느라 다른 것 잃어 봐야
비로소 바깥의 어둠이 제대로 보이는 것이고,
그 어둠에 제대로 분노하는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일에 제대로 나서는 것이다.

좋은 삶이 없으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못한다.
나쁜 세상을 한탄하고 비판하기는 하지만,
새 시대를 만들어갈 힘이 그 속에 없다.
일어섰다 해도 쉬 지치고 쉬 원망한다.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이미 좋은 삶을 살아 좋은 세상의 시민이 됨으로
삶은 언제나 감사하고 보석 같이 빛나며,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바깥의 어둠과 싸울 수 있다.
설령 바깥 싸움에서 지쳤어도 이내 좋은 삶이 주는 힘으로
또 다시 휴식 후 벌떡 일어나는 것이니,
좋은 삶은 좋은 세상을 이끄는 에너지.

그러나 자신 속에 지켜야할 좋은 삶이 없는 사람은,
지켜야할 것도
누려야할 것도,
소중한 것 지키느라 다른 것 상실할 두려움도 없기에,
어둠과 직면할 일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어설 일도,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버틸 일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미리 사랑하기,
관용이 없는 세상에서 미리 관용하기,
미움 가득한 세상에서 미리 용서하기,
어둠 가득한 세상에서 미리 순결하기,
경쟁이 가득한 세상에서 미리 협력하기,
움켜 쥐는 세상 속에서 내려놓고 미리 비우기,
앞서기 보다는 뒤서기,
불의한 세상에서 정의롭기,
거짓된 세상에서 진실하기,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말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기,
좋은 세상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나라 시민답게 미리 살기...

그렇게
좋은 삶이 와야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일 뿐,
좋은 세상이 오면 좋은 삶이 시작되는 것, 결코 아니다.



송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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