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차

by 천이형님 posted Jun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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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이제 300km도 남지 않았다.

이제는 다리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걷는 기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나약한 인간. 30km를 걸으니 오늘도 힘들었다. 

오늘 같이 버거운 날에는 즐거운 주제로 대화를 나눌수 있는 벗이 하나 있다면 좋았을텐데. 나는 그운을 초반에 다 써버린 것같다. 이상하게 어제도 오늘도 숙소에 한국인 한명이 없다.


도착해서 씻고 빨래하고 널고 치료하고 일기를 좀 쓰고나면 오후 4시가 훌쩍 넘는다. 주변의 성당을 찾아 기도를 하고, 저녁을 해먹을지 사먹을지 골라서 준비를 한다. 이 정도 일과를 끝내고 나면 오후7시. 자유 시간이 많아봐야 딱히 할일도 없지만 고되기가 옛날 부대 생활 못지않다. 저녁에는 낯선이들과 모여있는 방에서 자야하니 점호 받는 기분도 들고. 어쨌든 매일 매일 훈련 뛰는 기분이다.


나는 아직끼지 빈털탈이 같지만 이제 이 순례길을 슬슬 마무리 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즐거운 여정이든 고된 여정이든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얻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