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사용할 가짜 문자를 만들기 위해, 요즘 제일 많이 뒤적거리는 건 이 홈페이지이다, 2000년부터 이곳에 썼다 방치했다를 반복했으니 그래도 23년의 기록이 뜨문뜨문 적혀있는 셈. 하지만 예전 글들을 보면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때는 사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승전결도 없이 감정의 파편들을 사방에흩뿌리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추리해 봐라, 내 복잡한 마음을. 아주 건방진 놈이었다
성장하고, 복사하고, 분열하고, 사멸하고. 우리 몸의 세포는 1년 정도면 거의 교체되기 때문에 1년전의 나는 이 몸안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하물며 23년 전의 나라니. 완전 남인 셈이다.
남이 쓴 그 글을 지금 읽어보면 온통 개꿈 같은 이야기이고, 뭐라 해몽을 붙여야할지도 모르겠다. 읽는 사람이 과자 부스러기 같이 엉망으로 흩어진 말을 추리해야하는데 이제 누가 내게 그런 관심을 갖겠는가.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쓱쓱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처박혀야 될 수준이다.
요즘은 아침방송 때문인지 11시쯤 잠들어서 5시쯤 깬다. 이 새벽 시간엔 집중력도 좋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서 뭘 좀 읽고, 쓰려고 하는 편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기처럼 평이하고 알아먹게 쓰는게 좋다. 좀 웃긴 소리지만, 50이 다 되어서야 삶을 어떻게 '받아쓰기' 해야하는지 깨달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