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1편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봤다. 당시에도 iMax관의 표는 구하기 어려워 새벽2시 넘어 관람을 했고, 돌아오는 새벽엔 지하철 첫차를 탔다. 어리둥절한 오감. 우리 둘다 발뒷꿈치가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2009년엔 정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3D영화에 대한 투자로 이어졌고, 심지어 옥보단까지도 3D로 제작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바타를 압도하는 3D영화는 없었다. 3D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자체가 원천 기술이었던거다.
13년 전의 경험이 다시 소환되길 바라며 월드컵 경기장 메가박스 MX관을 갔다. i와 a가 빠져있을 뿐인데, 상영관은 너무 작았다. G14,G15. 너무 큰 화면에 눈이 아플까 고심하며 앞에서 7번째 좌석을 예매했지만 압도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체감적인 크기는 타블렛으로 영화를 보는 느낌.
메시지도 혼란스러웠다. 평화를 사랑하는 나비족과 욕심 가득한 식민주의자 인간의 대결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을 주려한 것 같다. 판도라 행성의 고래, 톨쿤을 사냥하는 인간은 끔찍하게 묘사되지만, (우영우가 봤다면 기절했을거다) 영화 엔딩장면에서 개울의 물고기를 재미삼아 작살로 잡는 제이크 셜리 부자는 생각없이 해맑게 그려지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
인간과 나비족은 어떻게 다른가. 고래와 민물고기는 어떻게 다른가. 그들이 혐오하는 인종차별은 그저 고등생물체에 한정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고등생물이라는 판정, 그 경계선은 어디서 어떻게 그어져야 하는걸까. 복잡한 심경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닭강정과 코다리 볶음을 사면서도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아바타 3편을 이미 촬영했다고 하는데 어쩌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이야기가 허술한 트랜스포머나 마블시리즈처럼 보인다. 아바타 종족은 얼마안가 멸종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