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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출장을 다녀와서 오늘 하루 집에서 쉬었다. 이틀 동안 여러 곳을 다녔다. 자재암 마당에서 내 손을 핥던 하얀 개가 생각난다. 소요산의 단풍나무들보다도 나는 그 개의 마르고 찬 혓바닥에서 가을을 많이 느꼈다. 오늘하루, 푹 쉬며 마르탱 모네스티에가 지은 자살을 읽었다. 대학시절, 몇 몇 이들이 자살 실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문학적 허영심에 찌든 치기 어린 말 같아서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래도 내 성격상의 문제 같다. 내게는 타인의 슬픔을 비웃는 버릇이 있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나도 진심으로 죽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의 밤, 불광동 지하방에서 한없이 떨다가 내려놓았던 그 식칼을 생각한다.

05. 11. 14.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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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글이 꽤 좋다. 신기섭이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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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래층에서 고요한 싸움이 한판 있었다. 누가 세탁실을 한새벽에 사용했었는가 보다. 그래서 세탁실 바로 옆방의 젊은 여자가 잠을 설쳤던 모양이다. 그 다음날 세탁실 문에 이런 메모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지 마세요!” 얼마 후 답장도 붙었다. “입을 옷이 없는데 새벽에라도 돌려야죠.” 거기에 대한 답장은 이랬다. “정말 생각이 없는 분이군요”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메모지 싸움이 오고 갔는데, 참 희한한 일이다. 그냥 얼굴을 보고 따끔하게 말하면 될 일인데 그게 안 되는가 보다.

싸움은, 어느 한쪽이 피가 터지거나 울음이 터지거나, 혹은 흥분하거나 하면 지는 것이다. 나도 몇 번 주먹이 오고 가는 싸움을 해보았다. 전부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싸움을 잘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무슨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발차기 혹은 화려한 액션, 그런 것이 먼저 떠오를 텐데 절대 아니다. 끝까지 단념하지 않고 달라붙는 것이다. 내 싸움의 풍경이 그랬었다. 고교시절, (공고시절) 기계과의 짱이라는 녀석이 작고 약한 아이들에게 컵라면 심부름을 시키고 돈을 빼앗고 하는 게 나는 너무 못마땅했다. 그래서 하루는 내가 그의 어깨를 내 어깨로, 말하자면 감정적으로 세게 치며 지나갔다. 짱이 나에게 말하길, 개새끼가 왜 치고 지나가노! 나도 답했다. 뭐 씨발놈아! 짱이 나에게로 가까이 와서 주먹을 쳐들고 말했다. 니 뭐락캤나? 니 겁대가리 상실했나?! 나는 또 답했다. 씨발놈아 귓구멍에 좆 박았나? 눈깔을 확 파먹어 버릴까! 손 안 내리나!  

그렇게 해서 싸움이 시작됐다. 나는 오로지 한곳만 때렸는데, 그곳은 짱의 눈이었다. 한 손으로는 짱의 머리채를 잡고 한 손으로는 오로지 눈만 죽어라고 때렸다. 물론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나도 많이 얻어맞았다. 떨어져 나가면 다시 달려들어 한 손으로는 머리채를 잡고 한 손으로는 눈만 때렸다. 그 싸움은 이미 내가 이긴 것이다. 짱은 무너졌다. 눈 하나가 까만 혹처럼 부어올라 찢어졌다. 피와 눈물이 동시에 터졌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때리면서 웃었다. 그 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시집을 읽는다고 나를 놀리던 녀석들도 없어졌다. 그게 제일 좋았다. 기계과에 평화가 왔다.

아래층의 고요한 싸움도 그때의 내 처절한 싸움도, 그러나 싸움은 안 좋은 방법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참았다. 그런데, 며칠 전 내게 일이 터졌다. 발표작과 관련된 일이라서 아주 민감하고 그래서 더욱 화가 나는 일이었다. 한참을 망설였는데 결국은 또 참았다. 아니, 어쩌면 아래층의 고요한 싸움과 고교시절의 처절한 싸움 사이에서, 선택을 못한 것 같다. 잘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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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서 하나 더

2005.12.01 10:35

쿨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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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쿨하기를 강요받았던 지난 10여 년간의 피로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쿨하다는 것은 '정'과 '한'의 정서가 혈맥을 따라 흐르는 한국인에게는 태생부터가 이질적이다.
W <뜨거운 것이 좋아>

2005.11.29 14:32

감동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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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섯시까지 카툰 셋을 그려내야 한다.
가만히 정신을 몰두해도 머릿속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감동이 없는 인생으로부터 아무 것도 나올리가 없다.  

한증막 속에 앉아 있는 것 처럼 무겁게 무겁게 그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견딜 수는 있고, 이런 시간들이 결국엔 영양분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답답하다.

쾌활하게 웃으며 질주하는 게 나한테는 어울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겁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에게도 나이가 먹으면서 지켜야 할 작은 것들이 생겼기 때문일까.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
큰 것을 버리는 행동.
설탕물에 달라붙는 개미
처럼 여기던 소시민 증후군.

변비다.
먹은 것이 하나도 내려가지 않는다.
피부가 안 좋아진 것은 사람들이 먼저 눈치챘다.


2005.11.21 00:09

헤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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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문득
"무슨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은 그냥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지는 거구나.
헤어지고 싶다면 이유 같은 건 충분히 만들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불완전하니까,
그런 헛점은 누구에게서나
충분히 건져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사랑할 수 있는 용기.
그런 게 멋진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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