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연재되지 않는 이야기
이상하게도 면접장으로 들어간 이후로 그의 세계는 끝이 났다. 그는 소그룹 시간만 되면 후배들을 꿇어 앉히고는,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불합리한 세계의 상황에 대해 불을 토하던 괴수 같은 멋진 선배였다. 하지만 활약은 거기서 끝. 연재를 하다 말도 없이 중단된 만화처럼 뒤숭숭한 물음표만을 남긴채 말이 없다. 그저 다음호를 기대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후배들에겐, 알고리즘을 그려대며 ‘만약’ ‘만약’ ‘지금은…때문에’라는 복잡한 수식을 반복할 뿐이다.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세계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터지만, 그는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군수공장을 만들테야”라며 참호에서 고개를 수그린 채 설계도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졸업식장을 나서는 그의 뒷 태는 로마의 사자 우리에 뛰어드는 검투사 같았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그가 처음 만난 것은 검은 옷의 닫힌 세계. ‘자네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면접관의 냉랭한 한마디는 창검이 되어 깊숙이 찔렀고, 역동적으로 돌아가던 그의 지구는 더 이상 자전하지 않았다. 언제나 방학을 기점으로 ‘헌신’만을 부르짖던 자신의 과거사에 대해 바늘 같은 묘한 적개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쉽게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이 앉은 추레한 자리마저 탐내는 수백만 동료들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끝도 없는 줄의 뒤로 가서 다시 번호표를 뽑고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중이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스타카토를 찍어야 하는 시대임을 그도 알고 있다.
“공분만을 부르짖었던 너의 청춘에 균형을 찾아주는, 변증법의 시기”라고 위로하는 친구도 있다. 중단된 줄만 알았던 모세의 이야기도 60년 만에 근사한 스토리로 다시 연재를 시작했으니, 아직 끝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다가,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던' 선배들의 존재를 알기에 그는 자꾸만 불안하다.
이상하게도 면접장으로 들어간 이후로 그의 세계는 끝이 났다. 그는 소그룹 시간만 되면 후배들을 꿇어 앉히고는,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불합리한 세계의 상황에 대해 불을 토하던 괴수 같은 멋진 선배였다. 하지만 활약은 거기서 끝. 연재를 하다 말도 없이 중단된 만화처럼 뒤숭숭한 물음표만을 남긴채 말이 없다. 그저 다음호를 기대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후배들에겐, 알고리즘을 그려대며 ‘만약’ ‘만약’ ‘지금은…때문에’라는 복잡한 수식을 반복할 뿐이다.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세계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터지만, 그는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군수공장을 만들테야”라며 참호에서 고개를 수그린 채 설계도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졸업식장을 나서는 그의 뒷 태는 로마의 사자 우리에 뛰어드는 검투사 같았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그가 처음 만난 것은 검은 옷의 닫힌 세계. ‘자네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면접관의 냉랭한 한마디는 창검이 되어 깊숙이 찔렀고, 역동적으로 돌아가던 그의 지구는 더 이상 자전하지 않았다. 언제나 방학을 기점으로 ‘헌신’만을 부르짖던 자신의 과거사에 대해 바늘 같은 묘한 적개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쉽게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이 앉은 추레한 자리마저 탐내는 수백만 동료들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든 끝도 없는 줄의 뒤로 가서 다시 번호표를 뽑고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중이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스타카토를 찍어야 하는 시대임을 그도 알고 있다.
“공분만을 부르짖었던 너의 청춘에 균형을 찾아주는, 변증법의 시기”라고 위로하는 친구도 있다. 중단된 줄만 알았던 모세의 이야기도 60년 만에 근사한 스토리로 다시 연재를 시작했으니, 아직 끝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다가,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던' 선배들의 존재를 알기에 그는 자꾸만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