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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론방에서 발췌한 글이다.
소모적인 논쟁이 이런 방법으로 끝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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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구를 본업으로 하는 의사이다. 내 연구분야는 주로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면역반응으로, 요즈음 한창 이슈가 되는 배아복제나 줄기세포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같은 의학/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답답한 느낌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1>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내 생각에는 황박사팀이 적극적으로 최종 공개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사태를 보면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만약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와서 "당신의 이전 논문 data를 믿을 수 없으니 다시 검증해 보자"면 어떨 것인가? 아마 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시간과 energy를 그런 것에 투자해야 하는 것에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과가 어쨌건 (다시 말해 PD수첩의 접근 태도가 옳았건 글렀건) 이제 상황은 황박사팀과 문제 제기자 (즉 PD수첩팀)간의 사적인 것이 아니고, 전국적인 아니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나라면 적극적인 공개 검증에 나설 것이다. 특히나 이번 사태의 큰 특징은, 검증을 하기로 마음만 먹는 다면 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 결과는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검증하는 데만도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지금에 와서 'Science가 인정한 과학의 결과를 언론이 검증하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 또는 '1차 검사의 DNA 검사가 적절했느니 아니니'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은 Science가 인정해서 출판된 논문 중에서 나중에 취소된 것도 꽤 많이 있다.) 내 이야기는 다시 말하자면 << 지금까지의 경과가 어쨌든지 간에, 이제는 황박사가 공개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황박사팀에서 공개 검증에 나서지 않고 이번 사태를 끝내려 한다면 (그렇게 끝나지지도 않겠지만) 앞으로 나올 미래의 황박사팀의 연구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2>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

앞으로 생길 수 있는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이다.
a> 검증을 한 결과 황박사팀의 결과에는 문제가 없었다
b> 검증을 한 결과 황박사팀의 결과에는 문제가 있었다
c> 끝까지 검증을 안 한다
이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한 번씩 생각해보면 왜 검증을 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 질 것이다.

a> 검증을 한 결과 황박사팀의 결과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MBC와 PD수첩팀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황박사팀은 더 많은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

b> 검증을 한 결과 황박사팀의 결과에는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첫번째, 문제는 있었는데 그 문제는 "황박사팀이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라면 황박사팀은 과거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새롭게 팀을 쇄신하여 연구에 매진하면 된다. 두번째, 문제는 있었는데 그 문제는 "황박사팀이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뒤집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사기극이었다면 황박사팀은 학계에서 쫒겨나고 심지어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거짓 문서를 바탕으로 엄청난 세금을 유용했으므로) 이런 경우 국민들도 이익을 보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세금을 엉뚱한데 쓰지 않아도 되므로. 어떤 이들은, 만약에 황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문제나 허위가 있다하더라도 과학계의 자정능력이 해결하도록 놔두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바로 위의 point를 놓친 이야기이다. 대개 과학계 스스로 어떤 과거의 허위 결과를 교정하려면 짧으면 수 년, 길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그 동안 국민의 세금을 엉뚱한데 쓸 수는 없다.

c> 끝까지 검증을 안 한다
최악의 경우이다. 국민들의 분열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제학계에서도 황박사팀의 미래의 연구결과들을 의심의 눈으로 볼 것이고 잘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연구결과에 대한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난자공급원에 대해 국제학계에 거짓말을 한 경력이 있다. 사실 국제학계에서는 거짓말의 경력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공식적으로 황박사팀이 과학계에서 쫒겨나지는 않더라도 내용적으로는 그와 다름 없이 될 것이다.

이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 중, a와 b는 검증을 했을 경우의 가능한 결과이고 (a가 될 지 b가 될 지는 모르지만), c는 검증하지 않았을 때의 가능한 결과이다. 자 국민들이라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무엇이 소위 요즘에 말하는 국익에 부합되는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가능한 빨리 황박사팀은 검증에 응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이제 이 쯤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자며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것은 본질을 놓친 이야기다. 만약 이 문제가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하는 등의 가치 판단적인 문제라면 위에서 말한 중간자적인 해결책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사실 관계의 일이다. 즉 참과 거짓이 분명하고 중간은 없는 문제라는 점이다. 게다가, 흑백을 가리는데 그렇게 힘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만하면 해결책은 너무 쉬운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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