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되자 우리 제자들 교회는
지난 한해 동안 써왔던 재정을 빼곡히 종이 담아
주보에 끼워 나눠주었다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서부터
할머니들의 쌈지에서 나온 주름진 지폐까지
하나하나 예쁘고 정성스럽게 사용한 기록이었다
이제 나도 월급을 받는다
교회만큼이라도 투명하게 쓸수 있을까
한달 동안의 지출 내용을 이 홈피에 올려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살아갈 수 있을까
멀리서 고생하는 기형이와
더 멀리서 고생하는 방글라데시 선교사 동생들
그리고 가까이서 고생하는 간사 선후배들에게도
당당하게 동역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주머니와 내 주머니를 똑같이 뒤집어도
허허허 너털웃음만 터뜨릴 수 있을까 싶었다.
그 하얀 종이의 글자들은
10의 2조만 드려도
30만원이라는 돈이 훌쩍 넘는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오만가지 변명을 준비하고 있는 나를
조용히 꾸짖고 있는 중이다.